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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웨이-박군배] 골프장'고급병'없어져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0 04:49

수정 2014.11.07 13:47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정착되어 세계의 골프문화를 이끌고 있는 미국을 여행해 보면 대도시는 물론 웬만한 소읍의 인근에도 컨트리클럽 혹은 골프클럽이 있게 마련이다.그것은 광대한 자연림을 비롯해 채소밭같은 경작지와 과수원·화훼농원·목장 등 농촌과 전원의 풍경을 구성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요소 중 하나다.

클럽하우스는 약간 덩치 큰 전원주택과 흡사하다. 곡식창고가 딸린 농가일 경우도 있다(호텔이나 콘도미니엄 영업을 병행하는 대형 리조트골프코스의 경우는 예외).

손님맞이는 으레 프로숍을 지키는 직원 한명이 도맡아 해낸다. 식당·목욕시설도 있지만 스낵바(경식당)와 샤워실 수준이다. 코스중간의 그늘집이란 아예 없다.


이러한 클럽하우스는 주민들의 소탈한 결혼식이나 홀리데이 파티장소로 곧잘 활용된다.

해당지역(카운티)의 주민에겐 외래골퍼와 차별화된 저렴한 그린피가 적용되고 특히 시니어골퍼(보통 60세이상)는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받는다. 노인들은 10달러 한장들고 집을 나와 생맥주 한잔 곁들인 햄버거로 요기하면서 한나절을 골프로 소일할 수 있다.

한국의 골프장은 그 동네 고유의 풍경이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별세계로 꾸며진다. 진입로 입구부터 큰 토목공사를 벌여 요란하게 치장, 주민이나 과객들의 눈에 부자연스런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산허리를 깎아내려 영원히 아물지않는 큰 흉터를 곳곳에 남긴 것도 안타까운데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벨탑 쌓듯 높다랗게 지어 놓고는 전망좋음을 자랑하기 일쑤다.

이 덩치 큰 클럽하우스는 일반인의 반(反)골프정서를 유발하는 대표적 상징 중 하나다.

미국·유럽의 클럽하우스는 사막지역이나 바닷가 링크스를 제외하면 주위의 숲보다 더 높게 지어지는 예가 거의 없다. 신이 빚어놓은 대자연의 품안에 겸손하게 안겨 자연을 그대로 호흡하겠다는 골프 본연의 정신을 이런 데서 엿볼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 불필요한 공간을 없애야 한다. 도심의 호화호텔을 방불케 하는 로비가 왜 필요한가. 대식당과 여러개의 특실이 꼭 있어야 하나. 대형 욕탕도 간단한 샤워실 수준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프장 운영자들은 특소세 케이스로 묶어 놓은 정부의 시책을 탓하지만 골프문화의 진일보를 위해선 누구보다 그들이 한발 앞서야 한다. 명분과 형식논리를 중시하는 공무담당자들에게 현상의 변화없이 특단의 타개책을 기대한다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골프의 건전한 보급이 확대되는 가운데 몇 가지의 고질적인 헛된 치장들이 골프장들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걷어내질 때 골프문화와 골프산업을 옥죄는 인습적인 규제등 갖가지 사회의 부정적 여건들은 자연스레 해소되리라 믿는다.

/박 군 배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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