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력 집중 심화된 재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0 04:49

수정 2014.11.07 13:46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30대 그룹의 주식소유현황은 그동안 정부가 그토록 역점을 두고 실천해온 재벌개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국민의 정부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정부는 강도 높은 재벌개혁정책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계열사의 처분을 통해 문어발식 경영을 지양하고 부채비율을 낮추어 재무구조를 건전화하며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못하게 해 총수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기르고 독과점의 폐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2000년 대규모 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을 보면 이같은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히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계열사간 출자규모가 늘어나 선단식 확장경영은 가시지 않고 있고 총수와 그의 특수관계인이 적은 지분으로 수많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소유구조 왜곡현상도 여전한 것이다.


몇가지 통계는 이를 웅변한다. 이 조사에 의하면 30대그룹 계열사들이 다른회사(그룹 내 다른회사 포함)에 출자한 금액은 지난 4월15일 현재 46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16조원이 늘어났다. 이는 전년대비 54%에 해당하는 것이며 1년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이다. 이는 정부의 재벌개혁작업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여유자금을 계속 계열사에 지원, 문어발구조를 확장시켜왔음을 증명한다.

30대그룹의 내부지분율 역시 실질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공정위는 그룹 총수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의 지분을 합친 내부지분율이 43.4%로 1년 전의 50.5%보다 낮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96∼98년 사이의 그것이 43∼45%였던 사실을 상기하면 제자리 걸음을 한 것과 다름없다.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계열사간 출자를 늘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내부지분율이 낮아졌던 작년과 비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나마 전체적으로 낮아졌을 뿐 10대그룹 가운데 삼성 한진 롯데 금호 한화 등은 오히려 늘어난 실정이다.


그룹총수의 지분이 평균 1.5%로 작년의 2%보다 낮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그룹에서 보듯이 재벌 총수의 지분율이 낮아 간섭못한 일이 없고 보면 지분율이 낮아진 사실 역시 큰 의미가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진정한 재벌개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억제와 내부지분율 축소, 기업공개 등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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