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30대 그룹의 주식소유현황은 그동안 정부가 그토록 역점을 두고 실천해온 재벌개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국민의 정부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정부는 강도 높은 재벌개혁정책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계열사의 처분을 통해 문어발식 경영을 지양하고 부채비율을 낮추어 재무구조를 건전화하며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못하게 해 총수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이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기르고 독과점의 폐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이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2000년 대규모 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을 보면 이같은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히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몇가지 통계는 이를 웅변한다. 이 조사에 의하면 30대그룹 계열사들이 다른회사(그룹 내 다른회사 포함)에 출자한 금액은 지난 4월15일 현재 46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16조원이 늘어났다. 이는 전년대비 54%에 해당하는 것이며 1년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이다. 이는 정부의 재벌개혁작업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여유자금을 계속 계열사에 지원, 문어발구조를 확장시켜왔음을 증명한다.
30대그룹의 내부지분율 역시 실질적으로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공정위는 그룹 총수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및 계열사의 지분을 합친 내부지분율이 43.4%로 1년 전의 50.5%보다 낮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96∼98년 사이의 그것이 43∼45%였던 사실을 상기하면 제자리 걸음을 한 것과 다름없다.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계열사간 출자를 늘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내부지분율이 낮아졌던 작년과 비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나마 전체적으로 낮아졌을 뿐 10대그룹 가운데 삼성 한진 롯데 금호 한화 등은 오히려 늘어난 실정이다.
그룹총수의 지분이 평균 1.5%로 작년의 2%보다 낮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현대그룹에서 보듯이 재벌 총수의 지분율이 낮아 간섭못한 일이 없고 보면 지분율이 낮아진 사실 역시 큰 의미가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진정한 재벌개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억제와 내부지분율 축소, 기업공개 등을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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