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반기결산 숫자놀음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0 04:49

수정 2014.11.07 13:46


시중은행들이 상반기 결산에서 대외에 공개하는 흑자를 늘리거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제각각 유리한 식으로 손익을 조정해 겉과 속이 다른 ‘고무줄 결산’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감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반기결산에서 부실여신에 대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을 저마다 다른 비율로 적립했는가 하면 일부는 세금과 공과금도 제대로 공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기순익을 산출하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대규모 부실로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일부 은행은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기순익을 끌어 올리기 위해 30%도 안되는 충당금을 쌓는 등 이번 결산결과의 신뢰성이 의심된다.

외환은행은 올 연말까지 대우 등 워크아웃 기업과 법정관리·화의업체 관련 부실충당금으로 5623억원을 쌓아야 하지만 이번 반기결산에서는 50%인 2811억원만 적립하고 장부상 500억원의 흑자를 냈다.외환은행은 충당금을 100% 적립할 경우 반기순익이 수천억원대의 적자로 돌아서고 이는 자본감소로 이어져 당장 BIS비율 하락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충당금 적립률을 대폭 낮췄다.

한빛은행도 올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7654억원중 50%인 3827억만 적립하고,반기적자를 900억원으로 줄였다.
이 은행도 충당금을 100% 쌓을 경우 반기손실이 최소 2000억∼3000억원에 이르고 BIS비율 8%선도 지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 서울은행은 추가충당금 7046억원중 28.5%인 2000억원만 적립했으며 평화은행은 비워크아웃 부문은 100% 쌓은데 반해 대우 등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충당금은 단 한 푼도 적립하지 않았다.

반면 국민·하나·한미은행은 충당금을 100% 쌓았고 주택·조흥·신한·제일은행은 추가로 쌓아야 할 부실여신이 없었다.

따라서 모든 부실에 대해 100%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연말결산에서는 은행간 우열의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반기결산은 향후 금융권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부 은행이 BIS비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반기순익 늘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반기결산과 달리 연말결산에서는 이같은 편법이 통할 수 없어 은행간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감원측은 은행의 부실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은 올 연말까지이기 때문에 이번 반기결산 과정에서 충당금을 제각각 적립한 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 ykyi@fnnews.com 이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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