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모펀드 허용의 허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1 04:49

수정 2014.11.07 13:45


100인 미만의 투자가들이 1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설정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발매가 20일부터 허용되었다.이 펀드는 신탁재산의 50% 범위 내에서 동일종목에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상장기업의 인수합병을 활성화하여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사항 때문에 과연 도입취지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까. 염려된다.문제는 바로 경영참가나 지배권 획득 목적의 주식취득을 5일 이내에 증권거래소에 보고하도록 한 것과 자기주식 취득목적 펀드에는 의결권이 주어지지 못하게 제한한 규정이다.

이러한 제한규정들이 도입된 이유는 정부가 재벌 계열사의 사모펀드 가입을 허용한 것이 사실상 재벌의 경영권을 보장하고 여기에 더하여 재벌에게 강력한 기업인수의 수단을 제공하는 결과가 된다는 비난을 받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이 오래 전부터 활성화되어 기업경영의 효율화와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경영이 일반화되었고 이를 통하여 기업의 시장가치가 올라감으로써 자본시장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우리나라의 거래소 시장과 코스닥 시장간의 가격 왜곡현상도 시장 프리미엄의 존재,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기능의 미비에 더하여 기업M&A 시장의 발달이 미흡하였던 것에도 원인이 있었다.

모든 정책은 도입 목적을 분명히 해야 실효성이 확보된다.정책의 부작용을 겁내서 견제 장치에 치우치게 되면 본말이 전도되어 당초의 정책 목적이 실종되는 경우가 많다.지주회사 제도나 금융전업가 제도가 좋은 예다.

M&A의 활성화가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발전에 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했다면 제도의 입안 시 M&A의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려면 재벌계열사에게 사모펀드 가입을 전면 금지하던지 아니면 자기주식 취득 펀드만 가입할 수 있게 할 일이다.이번 사모펀드의 표준약관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억제에 지나치게 신경쓴 나머지 실효성 없는 정책을 또 하나 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올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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