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다시뛰는중견그룹] <1> (주)효성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1 04:49

수정 2014.11.07 13:45


IMF체제는 한국경제에 혹독한 시련을 안겼다.우리에 남긴 교훈은 너무나도 많고, 또 잊어서는 안될 역사의 메시지이기도 하다.경쟁력을 잃은 수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앞으로 남은 2차 구조조정은 아직도 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에 뼈를 깎는 담금질을 요구할 것이다.고통스러웠던 터널을 빠져 나와 재도약에 나선 중견그룹의 모습을 통해 바람직한 한국 기업 경영의 해법을 찾아본다.<편집자주>

효성(회장 조석래)의 뿌리는 1957년 설립된 효성물산㈜이다.이후 섬유,화학,중공업,중전기분야 등 제조업서 굵직한 획을 그으며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그러나 1997년 몰아친 IMF한파를 비켜갈 순 없었다.다행히 96년말 컨설팅사에 의뢰,그룹 경영전반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던 터였다.어느 기업보다도 빠르게 수익과 비수익사업의 과감한 정리 등 기업전반에 대한 ‘수술’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효성측은 숨가빴던 지난 4년여를 회고했다.

◇과감한 구조조정=효성은 97년 12월 그룹의 전 경영조직을 퍼포먼스체제로 바꿨다.구조조정의 뼈대는 외형보다 수익성을 높이도록 맞췄다.계열사 매각 및 청산, 비핵심사업부 정리, 불필요한 부동산 및 유가증권 등 매각, 외자유치 등 4대 방안의 추진에 들어갔다.효성 T&C,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효성물산 등 주력 4개사를 합쳐 ㈜효성으로 재출범시켰다.인건비와 원가를 대폭 절감했다.3600억원의 상호지급보증도 해소했다.효성바스프, 효성 ABB, 효성원넘버,동광화성 등은 팔았다.인력도 1997년말과 비교해 25%나 줄였다,

◇핵심역량 강화, 재도약 기틀 다져=1999년 유로·아시안 비즈니스컨설턴시(EABC)사는 효성을 한국 30대 기업중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회사라고 평가했다.효성은 현재 ‘곳간’의 규모는 작아졌다.반면 ‘곡물’의 양은 종전보다 더 많아졌다.주력 4개사 합병전 매출액이 5조7400억원에서 99년에는 3조5300억원으로 줄었지만 매출이윤율은 같은 기간 11.4%에서 18.7%로 늘었다. 순이익률도 0.58%에서 2.26%로 올랐다. 올해는 6.85%까지 뛸 것으로 예상된다.차입금규모는 97년 2조70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조2000억원으로 줄였으며, 올해는 2조원규모로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부채비율은 450%에서 지난해 127%까지 끌어 내렸다.

지금의 핵심사업은 스펀덱스,타이어코드지,송·배전설비등 전력,폴리에스테르,나일론 등 5개 분야.스펀덱스는 원가경쟁력서 세계 1위,생산속도 역시 분당 900m로 정상급을 유지하고 있다.효성은 앞으로 기존 제조업과 결합한 e 비즈니스산업,금융관련 인터넷 벤처투자,환경관련산업,폐수정화제와 악취제거제 등의 상용화에도 눈을 돌릴 계획이다.
▲[인터뷰-김충훈본부장] 비핵심 비수익 사업에 '메스'

지난달 26일 전경련회관서 열린 ‘대기업의 경영혁신 사례 발표회’서 많은 기업의 공감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있다. 98년부터 효성 ‘슬림화’와 경쟁력제고의 밑그림을 그려온 ㈜효성의 김충훈(金忠勳)재무본부 및 구조조정본부장이 그 사람이다.

고통스러운 기업구조재편과정서 지칠 법도 하련만 김 본부장의 말은 처음처럼 단호했다. 그는 “효성의 주력제품이 국내서 1위를 하는 것은 많지만 이제는 세계서 1위를 해야 한다”며 “그 기반을 닦기 위한 실질적인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큰원칙 두 가지를 세웠습니다. 첫째가 경영효율극대화,둘째가 재무구조개선이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하는데,우선 착수한 게 비핵심,비수익사업의 과감한 정리였습니다.
그리고 프로경영 마인드를 갖추는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김 본부장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효성은 이때부터 몸집을 줄이고 ‘튼튼하고 실한 건강체’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힘을 쏟았다. 계열사를 통폐합하고 그룹역량을 집중화·전문화하는데 ‘메스’를 들이댔다. 이 결과 종전의 그룹은 5개의 퍼포먼스그룹과 30개의 퍼포먼스 유니트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조직분위기도 연공서열에서 성과위주로 전환시켰다.

“조직원을 1만122명에서 7129명으로 줄였습니다. 모두 경쟁력을 갖춘 고급인력이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정리할 수 밖에 없었어요. 특히 효성물산은 1260명의 인력을 180명까지 감축했습니다.
고통이 얼마나 심했겠습니까?”

㈜효성은 이후 핵심역량이 크게 강화됐다는 평을 듣게 된다. 군살을 뺀 후 스판덱스,타이어보강제,전력사업,폴리에스테르,나일론 등 5대 핵심사업에 주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본부장은 “금융권에 손실을 입히지 않고,국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은 점은 효성구조조정의 성과이자 차별화”라고 자평했다. 그는 “앞으로는 e-비지니스와 기존제품을 결합한 전자상거래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효성을 지켜봐 달라고 주문했다.

/구조조정본부장
/ mj@fnnews.com 이민종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