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캉스를 생각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1 04:49

수정 2014.11.07 13:45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일상의 속박과 긴장에서 벗어나 편안함 속에서 재충전의 한 때를 갖는 것은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필수적인 ‘쉼’이다. 그러나 우리의 바캉스 문화에는 ‘쉼’이 실종된 지 오래다.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의 불과 20여일,길어야 한달이 채 못되는 이 기간에 연인구로 따져 적어도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리는 우리의 바캉스는 쉽게 말해서 교통지옥을 이루는 도심의 러시 아워의 확대판이나 다름이 없다. 전국의 산과 바다,계곡은 뒤덮인 사람으로 몸살을 앓아야 하고,그 뒤에 남는 것은 훼손된 자연과 산더미를 이룬 쓰레기뿐이다. 이에 더하여 실종된 서비스와 바가지 요금이 제 철을 만난듯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 우리 바캉스의 실체이고 현실이다.
거기에서 올바른 ‘쉼’과 편안함 속에서의 재충전이 설 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래도 해마다 이 맘때만 되면 너도 나도 산과 바다 계곡으로 몰려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여러가지로 분석될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획일성과 몰개성성에서 근본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몰개성성은 개개인의 ‘쉼’ 자체를 하나의 도식으로 획일화시키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현상이 모든 사람을 ‘7월 하순에서 8월 초중순에 걸쳐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올바른 ‘쉼’의 문화,다시 말하서 ‘안식의 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획일성과 몰개성성에서 오는 단세포적인 경쟁심리,‘네가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다’는 발상에서 오는 이러한 ‘집중호우 현상’은 비단 바캉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편안함 속에서 재충전을 위한 것이라면 적어도 바캉스에서만은 자기 개성을 살려 보다 ‘남보다 다른 것’으로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름 온천,겨울 바다’도 훌륭한 바캉스가 될 것이다. 주차장 같은 고속도로,콩나물 시루 같은 계곡과 바다에서 짜증을 내기에 앞서 ‘나만의 안식’을 즐길 수 있는 길을 한번 모색해 보는 것도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적어도 내년부터는 참다운 ‘쉼’과 고품질의 바캉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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