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다시뛰는중견그룹-금호그룹]구조조정·외자유치성공 5대그룹'가시권'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3 04:49

수정 2014.11.07 13:44


금호그룹(회장 박정구)은 지난달 그룹 본사 사옥으로 애정이 깃들었던 아시아나 빌딩을 싱가포르 정부투자기관격인 싱가포르 투자청에 5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새 보금자리야 마련하겠지만 ‘살림집’까지 내놓은 것은 급류를 타는 금호 구조조정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946년 설립된 광주택시가 모태인 금호그룹은 반세기가 흐르면서 99년 매출액 5조9000억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곧바로 금호의 재무구조에 적신호를 켰다. 금호가 목표한 타이어, 항공·육상수송, 석유화학, 건설·레저,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한 21세 초일류기업이라는 청사진은 암초에 부딪쳤다. 그러나 걸림돌들이 많았지만 단기간에 제거, 저력을 보여주었다.


◇회생의 돌파구, 외자유치=금호는 유동성 확보의 방안으로 비주력사업의 정리와 외자유치라는 두가지 길을 택했다. 우선 97년 말 32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합병과 지분매각, 청산 등의 방법으로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서비스, 금호석유화학, 금호몬산토, 금호케미칼, 금호엔지니어링, 금호캐피탈 등 18개로 대폭 줄였다.

유동성 확보는 1998년 12월 금호석유화학의 카본블랙 사업을 미국 콜롬비아 인터내셔널 케미컬에 9100만달러(한화 1100억원)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올 들어서도 연속 3건이나 계속됐다. 금호산업은 중국 천진 금호타이어 공장을 일본의 브리지스톤에 1억4000만달러, 금호개발은 피앤비사업부의 지분 49%를 일본의 신일본제철화학에 5000만달러에 각각 넘겼다. 그룹 본사도 매각했다.

◇성공적인 구조조정, 5대 그룹도약 시동=금호는 이밖에도 부동산, 유가증권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금호측은 “이로 인해 97년 말 1019%이던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끌어 내렸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군소계열사 정리 및 기타 부동산 매각 등의 방법으로 재무구조개선에 진력, 올해 안에 구조조정을 끝낸다는 게 금호측의 설명이다.

금호는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1096억여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이 호조를 보인데 대해 자신감을 얻었다. 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250% 미만인데, 이는 세계 항공사 중에서도 대단히 건실한 규모”라며 “내년 초 2개 구주노선의 신설 운항 등을 통해 영업기반을 더 확충할 계획”이라고 분위기를 내비쳤다.

특히 금호는 안정적인 기반이 조성되면 식물 바이오(생명과학)사업 및 벤처투자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또 아시아나, 금호산업, 금호케미칼의 e-비즈니스 관련 노하우를 밑거름 삼아 벤처투자에 적극 나설 복안을 갖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지주회사 설립도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금호그룹 박정구 회장은 지난 96년 취임당시 2000년대에는 국내 5대그룹에 들겠다고 천명했다.
금호는 이제 다시 그 목표를 가시권 안으로 끌어 당기고 있다.

/ lmj@fnnews.com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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