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CNN설립 테드 터너 '지금 자연과 열애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3 04:49

수정 2014.11.07 13:44


“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고 풀이 자라는 한 자연은 보호돼야 한다.”

오랫동안 현직함인 타임워너 부회장보다는 CNN 설립자 겸 전 회장으로 더 널리 알려져 온 미국의 대표적 언론 재벌 테드 터너의 필생의 소망이다. 그의 명함에 ‘환경운동가’란 직함이 더 굵은 글씨로 인쇄될 날도 머지 않았다.

터너는 올해 초 124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아메리카온라인(AOL)-타임워너 합병을 승인하기 위해 소집된 타임워너 주주총회에도 불참하고 자연에 파묻혀 시간을 보냈다.그에겐 농장,그곳에 사는 희귀 동·식물,환경보전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가 택한 환경운동의 핵심취지는 희귀 동·식물에게 번식을 위한 최적지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터너는 지난 87년부터 ‘자신’이 아닌 ‘자연’을 위해 농장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한 미국인이 됐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이번달에 선정한 ‘세계 최고 갑부’ 가운데 28위를 차지한 테드 터너는 “야생 및 희귀 생명체 보호에 투자한 돈이 약 5억 달러”라며 “꽤 비싼 취미를 갖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국 9개 주에 걸쳐 13개 농장 20억 8500만평을 소유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5.5배,시카고의 12배,아틀랜타의 20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아르헨티나에 있는 그의 농장 1억5700만평 역시 환경보호를 위해 장만해 둔 것이다.

그의 땅에서는 인간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담장도 없다. 야생 동물과 희귀 생명체만 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땅을 백인 이주가 시작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고 싶어한다. 인적을 찾을 길 없는 자신의 넓은 대지를 가리켜 터너는 “이제 겨우 자연이 자연으로서 가야할 길을 터 준 것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설명한다.

주변의 농장주들은 터너의 자연철학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묘하게 여긴다. 그들에게 농장은 단지 생계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터너는 “나는 내 자신이 진정한 농장주라고 생각한다”고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그는 또 “이 농장들이야 말로 야생동물과 희귀종들에게는 지구촌에서 마지막 남은 천국”이라고 말한다.

터너가 죽고나면 이 농장들은 자선단체인 터너 재단에 귀속돼 계속 관리될 것이다. 터너는 “내가 죽은 후에도 이 농장들이 지금처럼 잘 보존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자연과 농장에 대한 그의 사랑은 사후까지 이어진다.
4년 전 그는 한 인터뷰에서 “조지아에서 태어났지만 몬타나에 묻히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죽은 뒤 재가 되어 내 농장에 골고루 뿌려지길 바란다”는 것이 그가 일찌감치 남기고 있는 유언이다.

/ eclipse@fnnews.com 전태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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