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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銀 합병될까]'모범생' 자발적 짝짓기 '모범사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4 04:50

수정 2014.11.07 13:42


국민은행의 신한은행에 대한 합병제의는 성사여부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국내 대형 우량은행간 자발적 이합집산 움직임이 이미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금융당국도 이들의 움직임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국민·신한은행이 합쳐질 경우 국내에서도 대외경쟁력을 갖춘 초우량 대형선도은행(리딩뱅크)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감독당국의 시각이다.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형 우량은행인 국민·신한은행이 짝짓기를 하게 되면 시너지(상승)효과가 아주 클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이들 은행에 대한 대내외 신인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투자가들의 믿음도 더 커지는 부수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은행 왜 합병제의했나=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스스로도 자체 경쟁력이 있는 우량은행에 속하지만 소매금융쪽에 업무비중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이 한계로 인식돼 왔다”며 “기업금융 즉 도매금융부문 강화를 위해 신한은행 쪽에 합병을 제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여신의 70∼80%를 기업금융쪽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은행과 짝짓기가 이뤄질 경우 합병은행은 기업금융과 소매금융 능력을 골고루 갖추는 균형있는 은행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사 가능성=금융계에서는 최근 신한은행이 주택은행의 합병제의를 물리쳤던 전례를 감안할 때 국민은행의 제의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또 최근 신한은행이 외국계 금융기관과 연대,독자적인 금융지주회사 설립 방침을 밝힌 점도 신한은행측을 망설이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의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대형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그동안 다른 은행의 합병제의를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최대주주인 제일동포지분 축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합병후에도 제일동포들이 1대주주만 될 수 있다면 합병 성사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금감원 관계자도 “신한은행이 국민은행의 합병제의를 수락,짝짓기를 하더라도 제일동포지분이 10%를 넘고 여전히 제 1대주주 행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점을 감안할 때 신한은행이 주택은행의 제의는 물리쳤어도 국민은행의 제의는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그는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에게 대등합병을 요청,신한측 대주주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모양새를 취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기대효과=국민은행의 신한은행에 대한 합병제의는 일단 금융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부실은행간 합병 움직임은 부각됐어도 이처럼 대형 우량은행간 짝짓기를 모색한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우량은행들의 움직임으로는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이 제휴선언을 한 것이 고작이다.또 주택은행이 신한은행측에 합병을 제의한 적은 있으나 국민은행만큼 상대편을 배려하지는 못했다.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우량은행간 대형화를 위한 합병의 물밑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국민·신한은행간 짝짓기가 성사될 경우 다른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우량은행간 자발적인 합병이 이뤄지면 자산규모 세계 50∼60위권의 대외경쟁력을 갖춘 선도은행이 탄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우량은행간 자발적인 합병 움직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부실은행들의 설땅을 더욱 좁게 하고 나아가 다른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fncws@fnnews.com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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