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적자만 부풀린 '워크아웃'…채권단-우방 편법합작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5 04:50

수정 2014.11.07 13:41


1000억원이 부족할 것을 알면서도 이를 덮어버린 우방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채권단과 회사측이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부실 워크아웃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만하다.

지난 21일 1551억원을 추가지원키로 한 서울은행 등 채권단은 이번에는 경영진까지 물갈이하고 확실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그간의 워크아웃 진행과정을 보면 이번에도 아무런 성과없이 돈만 쏟아붓는 식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땜질식 워크아웃=우방이 워크아웃 대상이 된 것은 지난 98년 11월. 그러나 우방의 자구계획은 우방타워랜드,제주도 종합리조트 등 대규모 부동산 처분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지금까지 줄곧 자구실적이 미흡한 곳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다시 채무조정을 받았으나 이것 마저도 채권단과 우방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인해 부실을 더 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서울은행은 우방에 947억원의 현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한국신용정보의 경영실사결과가 나왔는데도 이를 공사비 지급 연기 등 임기응변으로 넘기려 했고 다른 채권 금융기관 역시 이같은 편법을 묵인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시는 편한대로 문제를 덮어버렸지만 결국 더 크게 문제가 불거지고 말았다”며 “서울은행은 처음부터 우방의 현금부족분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채권단을 설득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업체에 끌려다닌 은행=지난달 우방이 부도위기에 몰렸을 때 주택은행이 300억원을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서울은행측과 벌였던 실랑이도 워크아웃 부실관리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방은 지난 3월 대구의 옛 의무사령부 부지에 메트로팔레스 아파트를 지으면서 주택은행으로부터 1680억원을 빌리고 이중 1000억원을 6월말까지 갚겠다고 했으나 자금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700억원만 갚고 300억원을 운영자금 등으로 돌려 썼다. 주택은행은 논란끝에 300억원을 회수했다가 다시 빌려주는 형태로 문제를 풀었지만 주관은행인 서울은행이 300억원의 현금수급 차질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불투명한 미래=서울은행 관계자는 “우방은 워크아웃중에도 계속 사업을 확대했지만 결국 적자만 불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며 “앞으로는 신규사업을 최대한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뒤늦게 엄격한 워크아웃 관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방의 정상화는 매우 불투명하다. 지난 21일 우방에 추가지원된 1551억원중 절반 이상은 우방이 빌린 돈을 갚은 데 다시 들어간다. 채권단중 상당수가 돈을 빌려줬다가 바로 회수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우방이 추가지원받은 자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정부는 부실 워크아웃 기업을 조기퇴출시키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우방에 대한 추가지금 지원은 퇴출시스템이 여전히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난 21일 우방 자금지원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채권단 스스로 퇴출시스템을 작동시킬 능력이 없었고,직간접적인 압력과 부담도 컸다”고 말했다.

/ kyk@fnnews.com 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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