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高유가高소비 시대-나병선]˝동해 1가스전 조기 생산˝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6 04:50

수정 2014.11.07 13:40


'석유 소비절약 없이 국가 경쟁력 없다.'
나병선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말이다. 낭비되는 에너지만 절약해도 그 비용으로 생산력을 향상시켜 경쟁력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사장은 자동차를 한 사람이 타고 다닐 때 가장 화가 난다고 말했다. 컴퓨터 사용 후 끄지 않는 사람은 밉다고 했다. 특히 절약형 형광등이 시판됐는데 국민 전체의 1% 만이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성을 높였다.
다음은 나사장과 일문일답.

―우리나라의 석유정책 방향은, 정책추진상 문제는 없는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로서 석유 수입원을 줄이기 위해 리비아, 페루 등에서 석유 탐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정책이 따라주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 석유개발 정책에 문제가 많다. 예를 들면 석유 정책사업 등으로 연간 2조원의 세금이 걷히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자원개발 등에 필요한 예산은 이중 단 4% 뿐이다. 나머지는 석유 합리화 사업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석유탐사 등에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자금여력이 있는 재벌기업 등이 석유 자원개발에 한 걸음 빠져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석유공사는 동북아 석유물류 중심기지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비축물량 확보 등의 사업추진 현황은.

▲비상사태와 국내 수급조절을 위해 국제 에너지기구(IEA) 권고 수준인 국내소비량의 90일분 비축을 목표로 정부가 60일분, 민간이 30일분을 확보하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차 비축기지건설 계획이 완료되는 2004년이면 국내 소비량의 60일분인 1억6000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보유할 것으로 본다. 안정적인 원유공급선 확보를 위해 산유국과 공동비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결과 99년 6월, 세계 2위 석유수출국인 노르웨이 국영석유사인 스타토일사와 원유 800만 배럴을 3년 간 국내 기지에 비축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는 국가재정부담(1억2000만불) 없이 4일간 쓸 수 있는 물량이다. 천연가스 개발사업도 크게 확대된다. 이를 위해 ‘동해 1가스전’ 의 조기생산을 추진한 뒤 또 다른 가스·유전의 개발·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석유개발 현황과 안정적인 석유공급원 확보를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국가경제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석유의 안정적 공급원 확보를 위해서는 석유자원의 개발이 절실하다. 석유개발사업은 장기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일정 궤도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정부지원이 절실하나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아쉽다. 특히 민간기업의 석유개발사업 축소로 석유개발산업 기반이 약화됐다. 이는 국내 민간기업들이 석유사업을 단기간의 수익성을 목적으로 주력사업화하기 보다는 보조사업차원에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 인력, 정보력 등에 있어 적극적인 사업추진이 절실하다. 이에 공사는 2010년까지 국내소비량의 10%를 국내외에서 직접 개발·생산한 원유로 대체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말 석유개발기구(OPEC)의 증산결정으로 하락했던 유가가 4월10일 이후 계속 상승해 OPEC총회 이전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최근 급격하게 변동하고 있는 국제유가 동향과 에너지 위기 극복 방안은.

▲최근 유가상승의 원인은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의 하절기 휘발유 수급불안과 석유 투기세력의 사재기 등 유가강세 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급불안 심리를 틈탄 석유선물시장 투기세력의 유입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안정되려면 사우디 주도의 추가증산이 구체화되고, 오는 9월 OPEC총회를 전후해 추가증산이 돼야만 기준 배럴당 25달러 수준의 하향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산업구조를 에너지 저소비형 구조로 전환시키고 에너지 소비의 효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에너지가격 합리화와 에너지 절약시설 개발업체 및 에너지 개발업체에 대한 투자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차량 10부제 운행 등 전국민 에너지절약 운동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석유수입국임에도 산유국에 영향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국제시장에서 석유수급이 수요자 위주의 시장일 때에도 원유도입 가격은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였는데 안정적인 원유도입 방안은.

▲동북아의 대소비국 공동으로 원유 수입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동북아 거래기준 유종(WTI, 브렌트, 두바이)없이 물량이 적은 중동 두바이유 현물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도입가격을 협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 측면에서는 국내시장 석유비축 증대를 위한 산유국과의 교섭력 강화와 적극적인 해외 석유개발사업으로 자주개발 원유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 측면에서는 지역간 공동비축사업 추진으로 역내 에너지 공동이용 방안과 석유 전자거래소 개설 등으로 석유시장에서의 동북아 주도가 필요하다.

―나사장의 경영철학과 공사의 향후 비전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식경영 실현이다. 21세기는 사람과 전문기술, 신기술이 가치창출의 원천이자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또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변화와 혁신추구, 사람이 이끌어가는 지식경영, 사람중심의 경영실현이다. 이를 위해 올해 ‘고객중심’ ‘지식과 창의’ ‘자율과 도전’으로 새경영이념을 마련했다.
공사의 비전은 세계로 도약하는 전문에너지 기업 추구를 위해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책임지는 기업, 세계자원을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기업, 전문화된 경쟁력있는 기업 창출이다.

(한국석유공사 사장)

/ khkim@fnnews.com 김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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