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생법안 외면한 날치기 국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6 04:50

수정 2014.11.07 13:40



민생법안을 다루기 위해 소집된 제213회 임시국회는 ‘빈손’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이룬 것이라고는 여당인 민주당이 자민련을 원내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기 위한 국회법개정안을 상위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밖에 없으며 남은 것이라고는 국민의 실망과 극렬한 비난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책임전가에 급급한 꼴불견 뿐이다. 그래도 국민이 16대 국회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것은 총선직후에 열렸던 여야 영수가 ‘상생의 정치’에 합의했던 점, 16대국회 개원식에서 대통령이 정책 경쟁,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원칙을 지키겠다고 다짐한 것,그리고 이른바 386세대로 대표되는 ‘물갈이’도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그러나 국회는, 그것도 민생법안을 다루려고 소집된 임시국회는 이러한 기대와 희망에 대해 ‘날치기’로 응수하고 말았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 했던 민생법안은 지금 우리사회의 키 워드인 개혁과 맞물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어느때 보다 그 비중과 파급영향이 큰 것으로써, 말하자면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의 틀을 새로 짜는 밑그림의 성격이 강하다.제2 금융구조조정의 골간이 되는 금융지주회사법, 의약분업의 기본 틀이 될 약사법 개정안등 민생현안 15건을 비롯하여 총 50여건의 안건이 결국 국회의 파행폐회로 함께 표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금 온 국민이 뼈를 깎는 아픔을 공유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개혁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비록‘징검다리 성격의 단기 임시국회’를 재소집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시간에 쫓긴 졸속 심의로 끝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니다.
이른바 ‘상생의 정치’를 하겠다고 여야 영수가 다짐한 16대 국회가 다시 이러한 졸속과 파행을 거듭한다면 국회는 스스로 그 존립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며 이는 국민의 정치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불행한 사태로 이어질 것이다.

국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존립의 의미와 가치를 되찾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우선 날치기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일이며, 그 첫번째 조치로 이번에 저지른 날치기부터 무효를 선언함과 동시에 국회법 개정안은 당연히 뒤로 미루고 하루라도 빨리 임시국회를 소집하여 시급한 민생법안을 심도 있게 다루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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