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高유가 高소비 시대]한전 경영 합리화'급물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6 04:50

수정 2014.11.07 13:40


한국전력의 구조개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정부가 추진해온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 관한 법률’이 지난 24일 임시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오는 9월 정기국회도 별무리 없이 통과될 게 확실시 돼 2년여를 끌어온 한전구조개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독점 공기업체제의 한전이 갖는 구조적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97년 하반기부터 한전을 발전,배전,판매 등 3개 부분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분할 민영화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이와 함께 한전은 본사인력의 감축과 자회사 매각 등 다각적인 살빼기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이 함께 연구해온 전력산업구조개편안에 따르면 우선 1단계로 99년부터 2002년까지 발전부문을 6개 자회사로 분할하고 단계적으로 민영화하며, 2단계는 2008년까지 배전부문과 전력판매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송전망을 개방해 배전회사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2009년이후 배전망도 개방,소비자가 직접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완전 경쟁체제를 실현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그 핵심이 바로 전력산업구조개편 법.이제 한고비는 넘긴 셈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요금인하와 재무건전성 개선의 두마리 토끼 잡이용으로 선택됐다. 요금인하 효과는 확실할 것으로 정부측은 보고 있다.전력회사를 민영화한 영국에서 90∼97년까지 요금이 18.4%가 인하된 예가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경쟁이 붙으면 전기요금이 우려와는 달리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시장원리에 의한 자원배분의 효율성 제고와 민영화에 따른 경영합리화는 한전의 재무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전은 신세기,온세통신,하나로,두루넷 등 전력산업과 무관한 통신산업에 1372억원,한국중공업과 가스공공사 등에 출자 3112억원 등을 지출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왔으나 민영화될 경우 이같은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

아울러 물가차원에서 정부가 전기요금의 인상을 규제함으로써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신규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대외차입으로 조달해야 했다.지난 20년간 요금인상이 억제된 결과 한전의 차입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부채 또한 짊어지고 일어서지 못할 정도가 됐다.

5월 말 현재 한전의 빚은 국내차입 17조6000억원과 해외차입 7조8000억원 등 총 25조4000억원이나 된다.차입금은 발전부문의 분할 매각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정부는 “해외채권단을 설득,분할에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제기 가능성이 없지만 매각시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때문에 발전회사를 분할해도 차입금은 한전본사에 남겨 발전자산 매각대금으로 상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요금 현실화도 해법으로 제기되고 있다.지난 해 말 전기요금은 81년에 비해 1.8%가 싼 것으로 나타나 있다.같은 기간 물가는 142.4%나 올랐다.한전은 10%이상의 요금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난 해 11월 인상폭이 5.3%에 그친 점에 비춰 올해도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계별 민영화에 대비한 한전의 발걸음도 빠르다.한전은 98,99년 2년동안 4064명의 인력을 감축했다.기획예산처가 정한 공기업 인력조정 방침을 앞서 달성하고 있다.99년엔 퇴직금 누진제도 폐지해 회사의 자금부담을 줄여놨다.

자회사 매각에도 고삐가 죄어지고 있다.이미 안양과 부천의 열병합 발전소는 매각계약을 체결했다.1500여명의 인력이 민간회사로 넘어가도록 ‘고용승계’를 보장해 노조도 반발이 없다는 게 한전측 설명이다.


아울러 발전소 등의 설계회사인 한전기술주식회사와 보수업체인 한전기공,석탄 수송 및 재처리업체인 한전산업개발 등 3개 자회사는 내년 말까지 매각하기로 하고 자문사를 선정,매각방식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통신선 관리업체인 파워콤의 지분 20%는 24일 높은 값에 매각해 ‘공기업’ 한전의 변신의 윤곽이 확실히 그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경영혁신과 민영화 준비를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거대공룡’이라는 외부의 생각은 이제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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