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사태를 걱정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6 04:50

수정 2014.11.07 13:40



현대그룹의 자금악화설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계열사 8개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으로 떨어지면서 한때 주춤하던 유동성 위기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제2금융권은 만기가 돌아온 기업어음의 상환연장을 거부하며 자금회수에 나섰고 그룹의 모기업인 현대건설은 임직원에 대한 월급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급기야는 당국자의 잇단 부인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설이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현대그룹이 우리나라 제1의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유동성위기설의 진상과 그 추이에 대하여 깊은 관심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바로 1년 전 대우그룹의 유동성위기설이 끝내 현실화하고 워크아웃대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오고, 그 멍에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현대그룹의 추이는 더욱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 나라 재정금융정책의 책임자나 주거래 은행측에서 현대그룹의 자금사정이 개선되고 있음으로 자금회수의 자제를 당부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장 참가자들의 자금회수 등 무책임한 행동으로 오히려 ‘쪽박을 깨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한꺼번에 대출을 회수하는 경우 우리나라 기업 어느 곳도 견뎌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같은 동시회수사태는 자제되어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대우사태를 경험한 시장 참여자들이 이러한 관계자들의 말을 얼마큼 믿느냐로 귀결된다. 자금사정의 현황과 장기 수급전망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책 강구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현대측으로서도 신용평가가 잘못되었다고 항의하기보다는 스스로 평가가 상향조정되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이다. 이미 내려진 평가를 두고 잘못운운하는 것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한 일이다. 현대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강도높은 자구노력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현대가 지난 5월 말 자구계획을 발표한 이후 2개월이 지나도록 가시적인 실적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의 계열분리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경영권계승을 둘러싸고 갈등을 드러내고 형제간의 소송다툼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제1의 재벌이 위기에 빠져 또다시 국민경제에 커다란 멍에를 안겨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안정대책을 마련하고 당사자 또한 대표적인 기업답게 시장이 신뢰할 수 있을 만큼의 가시적인 구조조정계획의 이행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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