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급류타는 현대사태]현대 '제2의 대우' 위기감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6 04:50

수정 2014.11.07 13:40


한 달 만에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1년 전 ‘대우사태’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물론 알맹이가 없는 계열사가 대부분이었던 대우그룹과는 달리 현대그룹은 수익을 내는 알짜기업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너의 경영권 전횡, 구조조정의 미흡에 있어서는 닮은 꼴이라 현대가 구조조정을 게을리 한 채 오너간의 집안싸움에만 몰두할 경우 현대도 대우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대우그룹은 지난해 4월 정부가 98년 5대그룹의 구조조정 실적을 1차적으로 평가했을 때 현대와 대우는 미흡한 구조조정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부채비율 축소와 자산매각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구조조정은 부진했다.
지난해 7월20일 김우중 회장은 대우그룹 자금난을 공표, ‘대우사태’를 공식화했다. 취약한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차입으로 겨우 연명하다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국내 60조원, 해외 30조원 등 90조원의 부채를 국가경제에 부담시켜 금융기관의 부실화, 국민부담의 증가 등의 멍에를 국가경제에 씌었다.

현대에도 대우가 침몰되기 전의 말기적 징후들이 비슷하게 보여지는 게 불안하다. 사실 현대는 실질적 구조조정보다 ‘시늉내기’에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14조원이 넘는 자금을 유상증자로 주식시장에서 끌어당겼다. 빚은 크게 줄이지 않은 채 자본금만 늘려 부채비율을 낮추는 숫자놀음이었다. 대우그룹이 워크아웃 전까지 빚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수십조원어치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해 빚을 늘린 것과 흡사하다. 그로부터 1년 뒤 현대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해졌으며 시장에서 현대관련 주식은 물론 회사채가 외면당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틈만나면 꿔준 돈을 회수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유동성 위기라는 곤욕을 치루고 있다.

게다가 대우그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왕자의 난’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정몽구·몽헌 형제간의 현대그룹 후계자 다툼도 현대위기를 증폭시킨다. 잊을만 하면 불거진다.
국제적으로도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투신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문제는 현대건설의 일시적 유동성 위기일 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라며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보여야 하고 내부적으로 경영권 분쟁을 조속히 매듭짓지 않으면 심각한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관계자는 “대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현대전자, 현대자동차 등 내실있는 기업의 매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현대가 버티기로 일관하면 자칫 대우처럼 그룹전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donkey9@fnnews.com 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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