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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실물경제 동향]구조조정이 변수…경기 급랭은 없다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6 04:50

수정 2014.11.07 13:40


경기급랭의 우려와 달리 반도체나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하반기에도 ‘꾸준한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현대의 유동성 위기가 국가경제 전체를 휘청거리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폭넓게 확산되면서 체감경기는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이 “현대사태는 생산과 내수 및 수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자신하고 있어 경기급랭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재훈 산업정책국장은 “현 시점에서 하반기에 경기가 급속한 하락을 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다만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지연에 따른 경기 불투명 요소가 잔존하는 것은 불안한 요인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이국장은 이어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기업의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를 차단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기관 전망=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에 비해 대폭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상반기 우리 경제는 11%수준의 성장을 달성했지만 하반기에는 기술적 반등효과가 사라지면서 6%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잠재성장률에 접근해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민간소비와 내수증가세의 둔화로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에 비해 크게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4분기 12.8%,2·4분기 9.5%였던 성장률은 3·4분기 7.2%,4·4분기 5.6%를 기록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KDI는 그러나 실질적 구조조정 없이 유동성 지원확대를 통한 신용경색 완화에 치중할 경우 올해의 성장은 다소 높아지겠지만 내년이후에는 금융불안이 가중돼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경기급랭’ 전망도 만만찮다=일부 전문가들은 대내외 환경변화로 하반기에 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미국 경기의 조정과 고유가·반도체 가격하락·환율절상 등으로 인한 수출수요 감소와 경쟁력 약화·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주식시장 침체는 경기를 얼어붙게 할 요인이라는 것이다.전경련이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7월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91.4로 18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게 ‘경기위축’ 조짐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금리도 8∼9% 수준에서 안정세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채권시장의 기능저하와 주식시장 침체,은행권의 보수적 자금대출은 기업 자금시장의 경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특히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의 전년동월비가 지난 해 9∼10월 이후 줄곧 하락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통상 선행지수가 하락하는 시점으로부터 10∼12개월 이후 경기하락이 발생하는 경험법칙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도 결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제조업체 전망은 밝다=산자부가 제조업 주력업종 9개를 조사한 결과는 이같은 우려를 상당히 불식시킨다.상반기 생산증가를 선도한 반도체와 자동차·기계·가전 등은 하반기 전망을 연초 전망보다 상향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신모델 출시 등으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호조를 보였던 자동차는 주식시장 침체와 LPG차량 수요감소 등으로 내수는 줄겠지만 생산은 꾸준히 이뤄져 당초 성장률 전망 5.5%는 12.3%로 높아졌다.

대표적인 소비재로 경기의 지표인 가전의 경우 주식시장 침체에 다른 씀씀이 축소 등으로 내수는 줄겠지만 수출로 내수감소를 극복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생산은 7.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정보통신 분야는 휴대폰단말기 보조금 폐지라는 직격탄을 맞아 증가율은 급강하할 것으로 전망됐다.상반기 성장률 수정치는 59.6%였으나 하반기 수정 전망은 9.2%. 섬유분야도 당초 전망은 7.0%였으나 3.4% 증가의 부진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주도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세계적인 수요증가와 D램 가격의 상승세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생산과 수출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간의 신규투자 억제로 D램 업체들은 단기간에 생산을 확대하기는 곤란한 상황이어서 하반기 성장률 전망은 당초 24%였으나 소폭 낮은 22.6%로 조정됐다.

/ john@fnnews.com 박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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