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가 다시 뒤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는 물론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자기 책임을 외면한채 권익만을 주장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두드러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사태당시의 ‘시장교란현상’이 한국경제에서 재연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위기설은 특히 남북간 첫정상회담 개최와 수출과 물가 등 정치와 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외형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6일 재경부 등 관계당국과 한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말 실업률은 3.6%로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의 실업률을 기록했으며 소비자 물가가 전년말대비 0.8% 상승하는 데 그치고 무역수지 또한 6월 한달동안 21억5100만달러흑자를 기록,한달단위로는 올들어 최고의 무역수지흑자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금융구조조정을 둘러싼 금융파업과 약사법 개정을 둘러싼 사상초유의 의사들의 집단 폐-파업사태가 벌어졌으며 일부 기업의 노사분규와 농민집회,국내 최대재벌인 현대그룹의 자금유동성 위기설,국회의 날치기 법안통과 등 사회 각분야에서 중심축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특히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이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돼 실향민들에게 고향방문이란 부푼 꿈과 함께 남북경협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식 및 자본시장에서 불안요인은 꾸준히 재연되고 있으며 최근들어선 현대건설 신용등급 추락과 그룹 자금악화설 등 현대사태가 두달만에 또다시 재현돼 시중금리가 평균 1%포인트 정도 올랐으며 은행 투신 종금등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위기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박진근(연세대 경제학과)교수는 이같은 위기현상에 대해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과 개혁이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 데 그 근본원인이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사회가 구조조정을 더욱 철저하게 완성하는 것만이 반복되는 위기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교수는 또 최근 불거진 현대그룹사태 등 금융시장전반의 위기설에 대해서도 “금융시장에 제2의 위기가능성이 상존해 있어 잠재적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도 정책담당자과 기업관계자들이 이를 외면하는 등 도덕적해이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외국인을 포함 시장참여자들은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양적인 구조조정에만 치중할 뿐 질적인 개혁에는 애써 외면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시장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대해 “정책당국이 일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문제에 대해서까지 시장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인식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문제가 있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좌원장은 그러나 “정부당국이 책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정치권과 사회 각분야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게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의 근본원인”이라고 밝혔다.
/ ghcho@fnnews.com 조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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