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급류타는 현대사태]3왕자 3각분열…파워게임 비화

남상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6 04:50

수정 2014.11.07 13:40


현대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정몽구 회장(MK)과 정몽헌 전 회장(MH)의 다툼에 최근 정몽준 고문(MJ)까지 가세해 3각 분열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몽준 고문의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27일께 현대전자와 당초 외자유치를 주관했던 현대증권을 상대로 주식대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이번 기회에 투명성 경영을 내세워 그룹 모체로부터 ‘홀로서기’에 나서겠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현대측 주장대로 ‘책임경영’을 둘러싼 단순한 법적 다툼으로도 볼 수 있지만 3형제간의 ‘관할권’을 둘러싼 파워게임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한국기업평가의 현대계열사 신용평가 강등사태까지 있었다. 정부측의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다.정몽준 고문의 움직임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태 진원지 현대건설=지난 5월 현대투신 경영정상화에 따른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위기가 촉발됐다.당시 현대자동차쪽에서 의도적으로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설을 퍼뜨렸다는 후문도 있다. 2차 위기는 지난 24일 한국기업평가가 8개 현대계열사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무더기 강등하면서 빚어졌다.현대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소식이 전해지자 제2금융권에서 만기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25일 만기가 돌아온 1300억원 중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만 만기를 연장해 줬고 결국 현대건설은 이중 1000억원을 자체자금으로 결제했다.
현대측은 회사의 자금사정이 특별히 악화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다만 시장의 불신감이 팽배해 있고 이로인해 금융권의 자금회수가 계속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현대건설이 막아야 할 돈은 7월말 1000억원,8월중 680억원을 포함해 연말까지 2조575여억원에 달한다.

◇MJ,중공업은 내회사=현대중공업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4남인 정몽준 의원의 몫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정 고문은 지난 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경영수업을 받았고 82년부터 현대중공업 사장과 회장을 거쳤다.김형벽 회장은 정 의원이 직접 지명한 인물이다.또 2003년까지 계열분리한다는 청사진도 이미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구도에 전반적인 수정이 가해지고 있다.3부자 동반퇴진 발표가 있기 하루전인 5월29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현대중공업에 갖고 있던 지분 11.6%중 11.1%를 현대상선으로 넘겼다.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몽헌 전회장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다.정 전 명예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인 대북사업에 새로운 자금줄로 현대중공업이 지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몽준 고문의 심기가 불편해진 것은 당연지사.이때부터 정 전 명예회장이 기거하고 있는 청운동 자택에도 몽준 고문의 왕래가 잦아졌다는 후문이다.

또 이번 사태가 최근 전윤철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회동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도 과천 청사 주변에는 흘러나오고 있다.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에 현대중공업의 독립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잠복해 있던 양자간의 갈등이 이번 소송을 통해 표출된 것으로 현대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자동차 소그룹 역계열분리를 둘러싸고 중재자 역할을 담당했던 몽준 고문이 중공업 계열분리 문제를 논의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MK,내 갈길만 간다=대북사업의 또 하나의 자금줄인 자동차의 몽구 회장은 조용하다.지난 7일 하반기 전국 판매촉진대회를 연 뒤 11일에는 해외지역 본부장 전략회의를 개최했다.현대중공업 사태가 났던 25일과 26일에도 미국과 유럽에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내년도 수출계획을 올해보다 27.1% 늘어난 150억달러로 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등 왕회장의 가신 출신들이 노인네를 꼬드겨 자동차와 중공업을 몽헌 회장 수중에 두려고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의 욕심과는 별개로 자동차 소그룹 계열분리는 예정대로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답답한 MH=현재 일본에서 귀국을 미루고 있는 몽헌 전 회장은 첩첩산중에 가로막힌 셈이 됐다.현재 현대아산을 통해 대북사업에 들어가야 할 돈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반해 현대전자를 제외하고는 마땅히 수익나는 계열사가 없다.자금줄로 중공업과 현대차를 끌어들일 계획이었으나,중공업이 소송제기로 그룹과 청산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 현대차 역계열분리도 정부의 엄청난 반대에 부닥치고 있다.

◇현대 계열분리 가속화될 듯=중공업의 이번 소송제기 방침은 MH그룹과의 관계를 조기에 청산하고 경영권 독립을 이뤄내겠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결국 현대그룹은 3형제가 각각의 소유권 주장대로 핵분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jhc@fnnews.com 최종훈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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