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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넘긴 현대사태]'왕자의 난' 수습 국면…계열분리 가속도 전망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7 04:50

수정 2014.11.07 13:39


현대 유동성 위기가 그룹의 계열분리를 가속화시키는 단초 역할을 할 전망이다.건설 상선 증권, 자동차 소그룹, 현대중공업등 3개부문으로 나뉠 것같다.특히 현대중공업이 최근들어 독자행보를 하면서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와 당초 외자유치를 주관했던 현대증권을 상대로 주식대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을 내기로 한데서도 잘 드러난다.현대중공업은 당초 26일 서울지법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었으나 27일로 연기했다.소송을 취하하지는 않을 것같다.

◇한숨 돌린 현대건설=26일 오전 지급이 하루 연기됐던 직원 봉급이 지불된데 이어 오후에는 12개 시중은행장이 현대건설의 기업어음(CP)과 대출금에 대해 무조건 만기를 연장키로 결정하면서 사내 분위기도 호전됐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CP의 경우 모두 4200억원 중 은행권이 3240억원,투신 등 제2 금융권이 960억원이라 은행권이 만기연장만 해준다면 제2금융권이 회수에 나서더라도 큰 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측은 회사의 자금사정이 특별히 악화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현대건설이 막아야 할 돈은 7월말 1000억원,8월중 680억원을 포함해 연말까지 2조575여억원. 현대건설은 이날 유동성 확보대책으로 올해 총 1조5300억원의 자구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방글라데시 시멘트 공장(4000만달러, 8월중) △주택공사 개발신탁(2600억원) △광화문 사옥 매각(700억원) △보유 유가증권 및 미분양상가 매각 등을 통해 자구계획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지금까지 현대건설의 자구이행 실적은 1470억원이다.
◇MJ, 중공업은 내회사=현대중공업은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4남인 정몽준 고문의 몫으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또 2003년까지 계열분리한다는 청사진도 이미 제시된 바 있다.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구도에 전반적인 수정이 가해졌다.3부자 동반퇴진 발표가 있기 하루전인 5월29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현대중공업에 갖고 있던 지분 11.6%중 11.1%를 현대상선으로 넘겼다.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정몽헌 전회장의 영향권에 들어간 것이다.정 전명예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인 대북사업에 새로운 자금줄로 현대중공업이 지목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정몽준고문은 이때부터 정 전명예회장이 기거하고 있는 청운동 자택에 자주 왕래했고 부친과 후계구도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는 후문이다.투명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소송을 계기로 그룹 모체로부터 ‘홀로서기’에 나서겠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이번 사태가 최근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과의 회동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얘기도 과천 청사 주변에는 흘러나오고 있다.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에 현대중공업의 독립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자동차 소그룹 역계열분리를 둘러싸고 중재자 역할을 담당했던 정몽준 고문이 중공업 계열분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MK, 내 갈길만 간다=대북사업의 또 하나의 자금줄인 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은 조용하다.자동차 전문경영인으로 자리잡기 위해 판매 증진에만 신경쓰는 모습이다.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두번에 걸친 왕자의 난 이후 MH측이 역계열분리까지 강행하자 정몽구 회장이 ‘동생이 해도 너무한다’며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정몽구회장은 지난 7일 하반기 전국 판매촉진대회를 연 뒤 11일에는 해외지역 본부장 전략회의를 개최했다.현대사태가 났던 25일과 26일에도 미국과 유럽에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내년도 수출계획을 올해보다 27.1% 늘어난 150억달러로 정했다고 밝히는 등 자동차 경영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침묵을 지키는 MH=현대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날 “ 중공업과 전자간의 분쟁은 현대그룹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계열분리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셈이다.
그러나 현대차와의 계열분리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재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직을 제외한 모든 공식직함을 버린 정몽헌 전회장도 2주째 일본에서 귀국하고 있지 않다.현대차의 계열분리문제에 대한 해답을 아직 찾지 못한 이유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현대의 자금난은 자동차의 계열분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몽헌 전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정몽헌 전 회장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는 앞으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야 할 대북사업에 마땅한 자금줄이 끊기게 됐다는 사실이다.그동안 대북사업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했던 현대차가 두번에 걸친 왕자의 난 이후 일체의 자금지원을 중단했고, 정몽준 고문의 현대중공업 역시 이번 소송을 계기로 더이상 자금 요청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그러나 정몽헌 전회장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현대아산을 중심으로 대북사업에만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 jhc@fnnews.com 최종훈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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