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동성조절 대출제도의 문제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7 04:51

수정 2014.11.07 13:39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불안 조짐에 기동성 있게 대처할 수 있도록 오는 8월1일부터 유동성조절 대출제도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행이 도입하겠다는 이 제도는 구제금융과 다를 것이 없으므로 도입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은행의 예대비율이 90% 혹은 100%를 상회하던 과거와는 달리 98년이후 은행의 예대비율은 70%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은행 전체로 볼 때 예대비율이 70% 이므로 일부 은행의 경우 예대비율은 이보다 훨씬 더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량은행들은 예금이 넘쳐나도 스스로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이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은행에 자금을 지원해 준다고 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수단이라 인정할 수 없고 시장에서 예금자로부터 외면당한 일부 은행에 대하여 구제금융을 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우리의 해석이다.
통화금융정책은 시장원리에 입각하여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공개시장조작을 축으로 운영돼야 한다.개별 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 같은 편법을 거쳐서 금융정책을 수행하여서는 안된다.
한국은행은 유동성조절 대출을 받고자 하는 은행으로부터 매월 대출신청서를 제출받아 유동성사정,자금조달 운용상황,경영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대출대상 은행과 대출규모를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과거 정부주도의 금융아래 이른바 관치금융이라고 하여 비판받아왔던 것과 하나도 다를게 없다.

금융구조조정의 당위성은 부실채권의 확대재생산을 초래하고 있는 종전의 낡은 금융습관을 일소하고 향후 금융기관들이 부실채권의 늪에 다시는 빠지지 않도록 환경과 제도를 정비하여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부 유동성이 부족한 은행에 유동성 조절 대출을 하여 생명을 연장시켜 줄 것이 아니고 시장의 힘에 의해 우량은행은 생존하고 고객에게 외면당하는 은행은 퇴출되게 하는 것이 금융구조조정을 조기에 매듭짓는 방법이란 점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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