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中企 자금난]어음할인 안되는데 정책자금마저 소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7 04:51

수정 2014.11.07 13:39


서울 포이동에서 정수기를 생산·설립 2년째 맞는 H사 정현석 사장은 생산자금을 마련키 위해 한달여 동안 뛰어다니면서 예전보다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에인절 투자가 최근 벤처에 대한 악화된 여론 여파로 중단됐고 호의적이었던 주거래 은행도 최근 우량기업중심으로 여신을 운영하면서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는 생각이다.이달말까지 자금 유입이 안되면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금융불안의 재연조짐이 보이면서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자금동향이 예사롭지 않다.특히 은행권의 2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자금이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다 종금사의 단기자금 무차별 회수,채권시가 평가제 실시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중 7∼8월의 기업 부도 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여기에 현대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결국 불똥은 중견·중소기업으로 튀어 자금난으로 인한 연쇄부도 사태까지 번질 가능성도 높다.
◇정책자금 지원 창구=폴리에스테르 원사를 생산,지난해 29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K사 남궁광 사장은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운전자금 1억원,시설자금 14억원을 지원받았다.그러나 금리가 예년보다 0.5%포인트 인상된 8.0%로 결정돼 금융부담이 늘어나 걱정이다.
중진공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요즘 하루 평균 30여건의 대출상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중 벤처기업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그러나 정책자금 금리가 평균 8.0%(지난해 7.5%)로 올라 업체 부담이 증가했고 경영안정·구조개선·벤처창업지원 자금 등의 대부분이 상반기에 소진,남은부문에 대한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실정이다.
발전소용 검사장비를 생산하는 벤처기업 T사 박영섭 사장은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인수하고 정책자금을 신청했지만 실사과정에서 경영인수와 관련된 절차가 마무리 안됐다는 이유로 일차 반려됐다.박사장은 한달에 걸쳐 서류를 보완한 후 재접수했지만 자금이 집행되기까지 상당시간을 또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기관 창구=건설업체인 B사는 최근 모 시중은행에 5억원의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매출이 하향추세에 있어 이자지급조차 의문스럽고 또 매출액에 비해 여신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도 더해졌다”고 은행 관계자는 밝혔다 .

그러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백라이트 등을 생산,연간 매출 2000억원을 상회하는 W사의 자금담당 임원 입장은 다르다.시중은행으로부터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결론은 좋은 조건에 돈을 쓰라는 얘기다.금융기관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우량 중소기업 중심으로 보수적인 대출방침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고는 120조 4346억원으로 올 상반기중 10조 9410억원이나 증가했다.이는 지난해 상반기 증가액 7조987억원보다 약 3조8000억원 이상 많은 것으로 기업 대출수요가 늘고 은행들도 우량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적극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빈익빈 부익부’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어음 할인이 안된다=인천 남동산업단지의 전자부품업체인 H사는 대기업인 D전자에 납품후 현금대신 받은 어음을 할인하기 위해 최근 5개 시중은행을 방문했지만 가는 곳마다 외면당했다.어음할인을 기피하는 이유는 D전자가 워크아웃중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 회사 채사장은 은행을 전전하다 결국 어음할인에 실패,현금이 없어 직원들 월급도 체불중에 있다.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는 전국적으로 어음할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가 상반기중에만 2000개를 웃돌고 있다고 밝혔다.

/ ymhwang@fnnews.com 황영민 윤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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