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하이트 맥주 후계구도 '갈등'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7 04:51

수정 2014.11.07 13:39


하이트맥주(회장 박경복)가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내분이 격화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하이트맥주에 가슴 아픈 선두를 내준 OB맥주는 이번 ‘하이트내분’을 빌미로 정상자리를 노리고 있다.

하이트 맥주는 3월 주주총회를 열고 박경복 회장과 공동대표이사였던 조카 김명현 부회장(59)을 해임하고 박회장의 차남인 박문덕 부회장(50)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주총에서 그간 하이트맥주를 키워온 김부회장을 내치고 박문덕 부회장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것.
하이트맥주는 김전부회장을 축출한 뒤 김부회장측근들까지 모조리 ‘정리’했다.

1990년대 초반 ‘하이트 신화’를 창조하며 정상으로 끌어올린 주역인 김명현 전부회장과 측근들은 박회장의 이같은 인사전횡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전부회장의 측근들은 “김부회장이 ‘ 한때 OB맥주에 눌려 곤경에 처했을 때 회사를 다시 일으킨 게 누구냐. 1999년7월 박회장이 나를 박문덕 부회장과 함께 불러 경영상의 실책을 들어 둘 다 출근하지 말라고 하고서는 두달뒤 박 부회장만 다시 불러들인 것은 나를 제거하기 위한 술책이었다’며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하이트맥주는 조직축소를 내세워 김전부회장 주변사람들도 정리했다.

마케팅·광고·홍보·영업부문의 일부 임직원을 지방으로 내려보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임원·간부들은 지방 지사장도 아닌 중간관리자로 좌천되기도 했다.


하이트맥주의 직원들은 “박회장이 인사전횡을 일삼으며 ‘황제경영’을 하고 있다”며 “박 회장이 김 전 부회장을 내쫓은 주된 이유는 회장과 회장의 아들보다 경영수완이 뛰어난 조카의 존재가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대해 하이트맥주 하진홍 전무는 “김전부회장은 은퇴할 때가 돼 회사를 떠난것”이라면서 “일부 임직원의 지방전출은 지방순회근무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라고 밝혔다.


한편 경쟁사인 OB맥주는 하이트맥주의 내분사태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OB맥주 관계자는 “김 전 부회장은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두둑한 배짱 등으로 주류 도매상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라며 “하이트가 김 전 부회장이 맡았던 마케팅·광고·홍보 등을 축소하거나 인물교체를 한데 반해 우리는 이 부문을 집중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구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simpson@fnnews.com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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