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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통신]짠돌이 손님은 왕짜증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8 04:51

수정 2014.11.07 13:38


여름철 캐디들의 돈벌이는 좀 나은 편이다. 보통 하루에 두 번 배치를 받아 ‘두 탕’을 뛰기 때문이다.

수입은 두 배로 늘어나지만 찌는 듯한 날씨와 싸워야 하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디 날씨하고만 싸움인가. 더운 날씨에 ‘못된 손님’을 만나면 그야말로 고역이다.

이런 손님일수록 보온병에 찬물을 담아온 것은 어떻게 알았는지 홀이 끝날 때 마다 찬물을 달라고 손을 벌린다. 그러면서 골프백을 실은 카트로 좀 걸어와서 클럽을 달라고 해도 되련만 볼이 있는 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클럽을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요즘같은 오후 시간엔 아무리 직업의식이 투철한 캐디라도 쉽게 짜증을 낼 수 있다. 그늘집에 들렸다 나오면서 시원한 음료라도 하나 건네면 좋으련만 “아휴 살 것 갔다”며 그늘집에서 나오는 손님이 빈손으로 나올 땐 정말 밉상이다. 라운드 중 캐디에게 찬물을 얻어 마신 손님일수록 이런 부류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한양CC 캐디들은 여름철만 되면 고생이 더 심하다. 나이가 지긋한 회원들이 많이 찾는 이 골프장의 특성상 캐디들이 일하며 겪는 고생은 남다른데가 있다.
이 골프장의 캐디 김모양은 “노인네 골퍼일수록 얼마나 ‘짠돌이’인지 식음료값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갖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 누가 훔쳐먹는 것도 아닌데 등을 보이고 돌아앉아 먹는 회원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며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더니 그 말이 딱 들어 맞는다고 열을 올렸다.

서울·한양CC 캐디들은 매일 이런 노인 골퍼들만 보다 총각 손님들을 배치 받으면 씀씀이가 헤푸지 않더라도 아무튼 기분이 좋다는 것. 꼭 총각이 아니더라도 더운 날씨에 오르막 홀에서 카트라도 좀 끌어주는 유부남 손님이라도 만나면 업어주고 싶을 정도로 고맙다는 것이다.


불쾌지수가 높은 요즘, 오르막 홀을 만나면 카트라도 한 번 끌어 주는 손님이 늘어 났으면 하는 것이 캐디들의 바람이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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