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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삼국지'-현대重 보증중단 파장]現重 '홀로서기'…소그룹 분리 가속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8 04:51

수정 2014.11.07 13:38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 중단 선언은 현대그룹의 유동성 회복에 악영향을 줄지는 몰라도 그룹의 계열분리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소그룹의 정몽구(MK) 회장, 건설 전자 금융 서비스의 정몽헌(MH) 회장, 현대중공업 개인 최대주주인 정몽준(MJ) 고문 간의 간의 ‘계열분리’의 신호탄이다.

물론 현대중공업이 과거 현대그룹의 각종 계열사에 지급보증 등으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데다 MH계열의 그룹사들이 유동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MH와 MJ 간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선택은 형제 간의 갈등으로 땅에 떨어진 시장의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붙은 ‘홀로서기’=현대중공업의 지난해 말 그룹 계열사에 대한 채무보증 규모는 자그마치 1조5000억원. 현대건설 5080억원, 현대전자 2320억원, 현대석유화학 738억원 등 MH쪽의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오는 2003년 말 계열분리 플랜에 따라 지급보증을 줄여나갔다.
올 상반기에만 5000억원의 보증을 해소했다. 현대중공업은 6월 말 현재 현대정공, 현대석유화학, 현대정유에 대한 지급보증규모를 제로화 했으며 현대건설의 보증규모도 2000억원 정도 축소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데다 현재 부채비율도 102% 수준이다. 게다가 매달 1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이 들어올 정도로 자금사정이 양호하다. 현대 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채무보증 중단에 대해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채무보증 해소로 전문경영인 체제의 독립경영이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시각=현대차 관계차는 이날 현대중공업의 지급보증 중단선언에 대해 “현대그룹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정주영 전명예회장이 퇴진 이후 각사 사장들이 독립경영을 하고 있는데다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돼 더 이상 계열사간 지급보증 등 지원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월 250만원의 급여를 받는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로부터 ‘이번 사태로 약 10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는다면 주주들로부터 고소당할 것’이라는 하소연을 들었다”며 “현대중공업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그룹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오는 2003년으로 예정됐던 현대중공업의 계열분리가 앞당겨진 것일 뿐”이라며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현대중공업의 이번 채무 재보증 중단은 향후 계열분리를 크게 앞당기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 소그룹 계열분리와 관련, “현재 법적인 절차만 남겨둔 채 사실상 자동차 소그룹은 분리된 상태”라며 “정몽헌 전회장이 귀국,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과 면담이 이루어지면 현대차 계열분리의 법적인 절차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구조조정위원회의 입장=구조조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몽헌 전회장은 현재 대북사업과 관련해 외자유치 및 일본 경단련과의 컨소시엄 구성 등에 대한 협의로 일본에 머물고 있으나 주말쯤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정전회장에게 현 사태를 책임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동차 소그룹 분리와 관련해서는 “현재 그룹과 자동차간 인력이나 자금의 상호교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주영 전명예회장 지분을 제외하면 상호지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계열분리는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며 “공정위에서 주장하는 동일인 개념만 제외한다면 역계열분리나 소그룹 분리는 같은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대중공업도 이미 2003년에 계열 분리하는 것으로 밑그림이 잡혀 있었다”며 최근 여론에 거론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새 살림 차리기’의 의미를 축소했다.

/ lee2000@fnnews.com 이규석·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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