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채권펀드 추가조성 실효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8 04:51

수정 2014.11.07 13:38


정부는 자금시장안정을 위해 채권전용펀드 10조원을 추가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과연 이 계획이 실효성이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정부가 지난달 19일 내놓은 자금시장 안정정책도 한 달이 지나도록 별 성과를 못 보고 있기 때문이다.10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던 채권투자전용펀드가 지난 25일 현재 3조5000억원 모집에 그쳤다.
출연한 자금중에서도 2조원 가량을 위험이 전혀없는 국공채,통안채 매입에 사용하고 회사채에는 불과 6500억원만 투자했다.그나마 이들 회사채도 신용등급BBB급 이상이어서 정작 자금이 필요한 중견기업들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기관들은 눈앞에 다가온 제 2차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해서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도 어려운 형편이라 투자부적격등급의 회사채를 대상으로 하는 펀드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게 그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정부가 채권펀드 10조원을 추가로 조성하겠다는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최근 현대그룹의 자금난과 신용등급하락으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는 상태에 있으므로 이를 조기 진화하기 위한 방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원리을 무시한 강제 할당식의 채권펀드조성은 정부가 그 동안 누누이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던 약속을 스스로 어기면서 과거와 같은 관치금융으로 되돌아가는 꼴이 된다.자금시장안정을 위해 채권펀드 추가조성이 불가피하다면 정부가 부실채권에 대한 보증장치를 강화해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채권펀드 조성으로 자금이 어려운 기업의 채권을 매입해 주는 것이 당장의 자금위기는 넘길 수 있는지 몰라도 이는 부실을 잠시 덮어두는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금융시장 불안의 근본원인은 부실기업이 제 때에 퇴출되지 않고 시장에 남아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계속연결되는 것이다.따라서 회생하기 어려운 기업은 분명한 기준을 마련하여 채권매입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선별화 작업이 필요하다.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방식의 구제금융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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