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건설 지원 금융권 반응]자구노력 없으면 상황 악화 불보듯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28 04:51

수정 2014.11.07 13:37


현대건설에 대한 금융지원이 혼선을 빚으면서 현대건설이 자금위기를 수습해 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은 현대건설의 회사채,기업융통어음(CP) 등 채권 만기연장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투신·보험·증권·종금 등 제2금융권은 현대건설의 피나는 자구노력이 없는 한 만기연장에 동의해 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또 물대 등 진성어음 결제를 위한 신규자금 지원도 해당 금융권이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여기에 현대건설 자구계획마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제2금융권 협조 불투명=지난 26일 시중은행장 긴급회의 이후에도 투신·보험·증권·종금 등 제2금융권은 현대건설 채권 만기연장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한 종금사 관계자는 “각 종금사마다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대편을 봐줄만한 입장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투신사 관계자도 “현대그룹 채권만 3대 투신권에 1조원 이상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대적으로 현대건설 물량은 적지만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쳐 난처한 입장”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현대건설이 밝힌 경영현황에 따르면 7월이후 올 연말까지 도래할 회사채, CP는 총 1조1000억원이며 이중 제2금융권이 최소 20%에서 최대 40%정도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문제는 이들자금이 제때 연장되지 않을 경우 상환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현대건설이 신규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는 것.여기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현대건설은 26일 회의에서 개별접촉을 통해 제2금융권 채권 만기연장을 이끌어 내겠다고 해놓고도 현재까지 아무런 액션이나 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신규자금 지원 난항=유동성위기에 몰린 현대건설은 급기야 28일 농협·기업은행·하나은행에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했다.이중 농협은 일단 5월말이후 회수된 1250억원의 50%인 600억원을 지원키로 결정했으나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거절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어느 은행인들 자금을 주고 싶겠느냐”며 “외압성 결의가 나오지 않는 한 현대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8월이후에도 현대건설이 지속적인 유동성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이럴 경우 어떤 식으로든 금융권에 손을 벌려야 되는데 자금조달이 그리 여의치 않다는 것.결국 현 상황에서 현대건설 해법은 금융권의 일치된 지원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자구계획이 관건=자금압박 속에서 현대건설이 찾을 수 있는 활로는 보유중인 채권·부동산을 매각하는 것밖에 없다는 게 금융계 중론이다.그러나 이또한 만만치 않다.보유자산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경우 덩치가 큰데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국면을 지속하면서 거래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현재 현대건설은 자구계획 추진을 위해 광화문사옥(1973억원)을 비롯,미분양상가 매각(2000억원)·해외자산 매각(440억원)·주택공사 개발신탁 (2606억원)·유가증권 매각(2851억원) 등 총 9870억원을 시장에 내놨다.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새로운 전기를 맞기 위해서는 자구계획의 조기실현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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