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권,현대자금지원 난색…˝자구책 먼저 내놓아야˝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30 04:51

수정 2014.11.07 13:36


현대에 대한 은행권의 태도가 깐깐해졌다.

29일 현대의 자금요청에 대해 은행들은 시장을 볼모로 정부와 금융권을 애먹이던 행태를 더 이상 못봐주겠다며 자금지원 거부나 담보제공 요구 등 ‘사보타지’식으로 시간을 끌며 현대를 압박했다.

자금지원을 거부한 하나은행의 입장은 단호하다. 하나은행은 이날 지난 5월부터 상환한 금액중 현대가 요구하는 400억원을 새로 지원해 봤자 시장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자금지원 불가를 분명히 했고 앞으로 이같은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대가 시장이나 정부가 원하는 실질적인 자구계획을 먼저내고 신뢰있게 이를 실천해 나간다면 은행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의 형태로라도 지원할 수 있으나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46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받은 기업은행은 29일 자금 지원을 하지 않았지만 시장 안정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비교적 유동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기업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시장의 움직임에 따를 것이며 현대의 자구책이 설득력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아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농협은 30일 오전 회의를 열어 현대건설에 55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측은 “자금이 필요한 곳에 공급을 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건이 맞아야 한다”며 현대측에 담보제공과 확실한 자구책을 요구했다. 농협 관계자는 “부족자금은 당연히 주거래은행이 책임져야 하며 우리는 지원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가 자체 자금을 동원,29일 만기 도래 진성어음을 결제했다는 데 대해 안도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8월에 돌아올 2000억원 정도의 결제 대금에 대한 지원 여부는 유보했다.
현대의 자구계획 실천여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한 뒤 시장의 흐름에 따라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방침을 거듭 강조하며 주채권은행의 입장에서라도 마냥 돈을 대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 donkey9@fnnews.com 정민구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