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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포커스- 경기정점논쟁]˝조정기˝˝하강기˝팽팽한 대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31 04:52

수정 2014.11.07 13:35


경기정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경기가 정점과 저점을 통과했는지의 여부는 사후에 알 수 있다”면서“다만 현재 경기는 재상승을 위한 조정국면에 있는 게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경기는 이미 1·4분기중 정점을 통과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달 31일 6월중 산업동향에서 “생산·수출·투자 등의 지표를 종합할 때 경기는 정점을 지나 수축기에 접어 들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화수 경제통계국장은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는 상승중이고 미래의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는 하락폭이 감소해 올해 안에 경기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분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이 제기한 경기정점 통과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재정경제부도 통계청의 진단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재경부 한성택 경제정책국장도 “현단계 경기는 재상승을 준비중인 조정국면으로 이해된다”면서 “봉우리로 치자면 중간봉우리를 지나 조금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재경부나 통계청이 몹시 신경쓰는 경기정점 논란은 KDI가 최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전망’이 기폭제가 됐다. KDI의 견해는 좀 복잡하다. KDI는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구조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경기의 상승폭이 짧아지고 내려가는 폭이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만약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고 1·4분기가 정점이었다는 것이 판명될 경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데 원인이 있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 대목이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고 ‘오해’한 대목이라고 KDI측은 설명하고 있다.

KDI의 입장은 매우 복잡하다. 한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1·4분기 12.8%이후 감소추세인 점을 들어 정점을 지났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기 정점 통과여부는 성장률이 최고치에 도달한 이후 하락하는 점에 비춰보면 추론할 수 있다”며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특히 “통계청은 동행지수가 상승하고 있고 3∼6개월뒤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가 5월 -2.1%에서 6월 -1.8%로 하락폭이 둔화됐다는 점을 들어 현 단계 경기를 조정으로 풀이하고 있다”면서“최근들어 선행지수의 선행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석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다른 연구원은 “산업생산 전년 동월비가 5월 20.1%에서 6월 17.9%로 하락했으나 KDI 추정한 둔화추세보다는 높게 나타난 만큼 통계청이 주장하는 현 단계 경기를 조정국면으로 보고 재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틀린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볼 경우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상당히 높게 잡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KDI측은 “경기가 정점 혹은 저점을 통과했는지는 현재는 알 수 없고 사후적으로 판별할 수 있다”면서“내수나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금융구조정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어 현재 꼬집어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 john@fnnews.com 박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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