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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재무제표 공개]부채늘고 순익줄고 구조조정 '말뿐'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31 04:52

수정 2014.11.07 13:35


올해 처음 도입된 현대, 삼성, LG, SK를 비롯한 16개 그룹의 결합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그룹이 올초 발표한 일반(연결)재무제표상의 재무상황에(99년말 기준, 금융계열사 제외) 비해 건전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그룹의 부채비율이 200∼300%수준으로 일반(연결)재무제표상 부채비율보다 30∼100%포인트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재벌에 대한 구조조정 부진 우려가 현실화돼 해당그룹들의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받는 등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금융감독원은 결합재무제표상의 부채비율 감축을 위해 각 그룹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다시 맺지는 않을 방침이지만 금융기관 여신심사에서 결합재무제표를 적극 활용토록 유도키로 했다.
◇의미=대부분 그룹의 매출과 순이익은 계열사간 중복계산해온 부분을 상계처리하면 이미 발표된 연결재무제표상의 수치보다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계열사간 수출대행을 비롯해 매출, 대차거래 등 모든 내부자 거래를 상계한 수치로 그동안 그룹사들이 매출과 순이익 부문의 외형을 상당 규모 부풀려 왔음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또 대부분 그룹의 부채비율이 연결재무제표보다 30∼100%포인트까지 높게 나올 정도로 재벌그룹들이 부채규모를 상당액 축소, 은폐시켜온 사실도 드러났다.특히 금융계열사를 포함할 경우 부채비율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물론 금융기관의 경우 수신이 부채로 간주되기 때문에 결합재무제표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합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어쨌든 이번 발표를 계기로 계열사간 채권채무액, 채무보증분 등도 집계돼 해당기업의 재무현황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입배경=금감원이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한 배경에는 국내 재벌의 선단식 경영에 따른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지급보증, 과도한 자금 왕래 등 내부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기존의 연결재무제표만으로는 전체 계열사를 포괄하는 재무상황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재벌들의 경우 내부거래가 워낙 복잡해 한 계열사가 망하면 다른 기업도 덩달아 쓰러질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그뿐 아니다.외국인투자가들의 경우 그동안 불투명한 회계구조를 이유로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려왔던 것도 사실이다.이제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함으로써 이런 우려는 상당수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파장=결합재무제표상의 부채비율이 높게 나타난 재벌들의 경우 당장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주가 하락도 점쳐지고 있다.

금감원은 결합재무제표상의 부채비율이 높다고 해서 당장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다시 맺도록 강요하지는 않을 방침이다.금감원은 그러나 금융기관이 기업의 여신건전성을 평가할 때 결합재무제표를 적극 활용토록 유도키로 했다.기업여신에 대한 신자산 건전성분류기준(FLC) 적용시 결합재무제표를 감안토록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숨은 부실까지 털어내는 실질적인 구조조정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각 그룹들은 부채비율이 높은 계열사를 우선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고 상호지급보증 등 불필요한 부채는 적극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 현대, LG 등 해외법인을 많이 거느린 그룹들은 이들을 대폭 정리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해외법인들의 경우 상당수가 할부금융을 도맡는 판매법인이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평균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다.

/ csky@fnnews.com 차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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