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환거래의 결제기능을 담당하는 외환은행이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KEB 외환 이체계좌’에서 외화가 예금주의 허락없이 무단 인출되는 등 매우 허술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초 외환은행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KEB계좌에 예치됐던 한국종금의 외환결제대금 2830만달러를 예금주의 허락도 없이 무단 인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종금은 6월 초 외환거래 대금으로 2830만달러를 받아 거래 금융기관에 지급키로 돼 있었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은 한국종금의 결제대금을 각 금융기관 계좌로 입금시켜줬으나 한국종금이 유동성위기를 겪으면서 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하자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외환은행은 각 금융기관에 입금시켰던 한국종금의 결제대금을 예금주의 허락도 없이 해당 금융기관들의 KEB계좌에서 다시 인출해 갔다. 외환은행은 2∼3일후 한국종금이 대금을 입금하자 인출했던 금액을 각 금융기관에 다시 입금해줘 사태를 무마했으나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등 은행들끼리 물의를 빚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대해 외환은행은 ‘예치환거래계정 거래약정서’에 대월한도가 초과될 경우 임의의 거래를 선택, 취소가능하다는 조항에 따라 취한 조치였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KEB 이체는 뉴욕과 한국의 시차로 인해 금융기관간 자금이체에서 입금(오후)보다 출금(오전)이 먼저 이뤄지는 시간불일치 발생이 불가피한데 그동안 운용기관인 외환은행이 이러한 반나절의 지급불이행 위험을 떠안아 왔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KEB계좌에 입금됐던 금액을 예금주의 허락도 없이 무단으로 인출해가는 일은 국제적으로도 없는 행위”라며 “이는 외환은행이 외환결제 기능을 독점하고 있는데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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