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의 국내 시장확대 공략이 매우 강력해졌다.
주로 ‘큰손’들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인 ‘부자마케팅’에 주력했던 외국계 은행들이 최근에는 과감히 점포를 늘리고 일반고객까지 겨냥한 공격적인 소매영업에 나서 국내 은행들과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같은 기세라면 외국계 은행의 시장잠식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1억원 이상을 예치하는 ‘골드고객’을 핵심 영업대상으로 삼아온 씨티은행의 경우 올들어 소액고객과 중소기업을 노린 일반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소액고객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카드상품을 다양하게 준비중이며 앞으로도 이들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은행이 취급하는 1년짜리 정기예금의 이자는 8.0%로 시중은행들보다 0.5%포인트 이상 높다. 반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8.0%로 시중은행 포함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금리 공세에 힘입어 씨티은행의 수신고는 6월말 현재 4조69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00억원 증가했다.
씨티은행은 9월중 분당지점 개설을 시작으로 지점망 확대도 본격화한다. 현재 씨티은행 지점은 서울 9개,부산 2개 등 대부분 상류층 거주지역에만 한정돼 있으나 곧 신도시 등 중산층 거주지역으로도 영업망이 확장된다. 그래도 시중은행에 비해 열세인 영업망은 11월부터 외국계 은행 가운데 최초로 시작하는 인터넷 뱅킹으로 보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씨티은행은 10개 점포만 추가해도 수신고 10조원을 돌파할 수 있고,일반적으로 10조원을 넘은 다음부터는 수신고 증가세가 훨신 빨라진다”며 “1∼2년 뒤에는 국내 중견은행을 위협하는 라이벌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SBC도 소액고객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은행 인수를 통해 일거에 전국망을 확보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상반기 예금 확장속도에서 씨티은행을 압도하고 있다. 6월말 수신고는 7800억원으로 지난해 5800억원보다 34% 증가했다.
HSBC는 아직 대기업과 씨티은행의 골드고객에 해당하는 ‘금관고객’ 대상 영업을 중시하는 단계라고 밝히고 있으나 연내 중산층 거주지역인 분당·마포·반포지점 등 3개 지점의 개설을 준비중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 한국시장에 대한 HSBC 홍콩 본사의 관심이 대단히 높다”며 “서울은행 인수는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을 뿐 적정은행이 있을 경우 인수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HSBC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씨티은행과 같은 연 8.5%. 그러나 대출시 부과 되는 대출금 대비 1%의 설정료를 면제하고 있어 경쟁력이 더 높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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