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합재무제표 이후의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06 04:53

수정 2014.11.07 13:29


16대 그룹의 결합재무제표는 우리나라 재벌들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반 재무제표에서와는 달리 결합재무제표에서는 그룹내 계열사간의 상호출자와 내부거래가 상계되기 때문에 조사결과 재벌그룹들의 매출액과 자산 및 자본규모 등 외형이 대폭 축소되고 영업이익도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4대그룹의 경우 총매출액의 39.1%가 계열사끼리의 내부거래였으며 총자본의 38.3%가 계열사간 상호출자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이에 따라 자산의 17.8%, 영업이익의 7.9%가 과대계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삼성(194%)과 롯데(82%)를 제외한 모든 그룹의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였으며, 단순합산 재무제표에서 보다 17%∼89%정도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간 과도한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및 자금대차 등으로 기업집단 전체의 재무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나라 재벌의 회계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합재무제표의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결합재무제표는 그룹내 전계열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고 계열사간 출자·매출·자금거래 등을 모두 상계하여 그룹 전체 재무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회계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부실계열사 과감히 정리해야
결합재무제표 발표 결과 드러난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점은 첫째, 재벌의 계열사간 상호출자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상호출자가 총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대 32.9%, 삼성 38.4%, LG 41.4%, SK 45.8%에 이른다.이와 같은 사실은 그동안

대기업들이 부채비율 축소를 위해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부실계열사를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반증한다.당국이 그룹내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기업들의 상호출자가 증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나라 재벌들은 부실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가일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둘째,매출액의 거품이 크다는 점이다.4대그룹의 총매출액에서 내부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39.2%에 달하고 있다. 물론 종합상사가 있거나 수직계열화의 정도가 높을 경우 내부거래의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4차례의 조사를 통해 총 20조3354억원의 지원성 거래를 적발하여 18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볼 때, 그룹내 기업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지연시켜온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그룹 전체의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내부거래를 통해 부실계열사의 수익성을 유지해주는 관행은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도록

셋째, 이자도 못 갚는 부실경영을 하는 기업그룹이 아직도 많다는 점이다.재벌 16개 그룹중 7개 그룹은 비금융부문의 부채가 매출액을 초과하고 있으며, 비금융계열사 기준으로 9개 그룹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들은 그동안의 기업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재벌들이 여전히 다수의 부실계열사들을 정리하지 않고 있으며, 금융기관들도 그룹내 기업들의 수익성 여부에 관계 없이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행태를 방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기업 정리절차 정비와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의 활성화를 통해 부실기업의 퇴출 및 회생을 보다 용이하게 해야 할 것이다.동시에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경쟁력이 있는 기업만이 시장에서 활동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력 집중현상이 여전히 높은 점이다. 4대 그룹이 16개그룹 총자산의 74.6%,총부채의 75.5%, 총매출액의 77.2%를 차지하는 등 경제력 집중현상이 아직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4대 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보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으나, 이들 대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거나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자생력이 약화되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그러므로 대기업들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환경변화에 맞춰 정비하고 이를 엄격히 시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4대그룹내 기업들의 결합은 시장경쟁도에 미치는 효과 분석을 거쳐 허용여부를 결정하는 등 경제력 집중완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다른 한편으로 유망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용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장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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