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은행신탁업무제도 개편 배경과 파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06 04:53

수정 2014.11.07 13:29


금융감독원이 은행신탁업무를 전면 개편키로 하면서 기존 부동산신탁 및 증권투신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들의 경우 지금도 재산신탁(부동산 신탁 등)과 증권투자신탁(투신운용사) 업무를 동시에 취급할 수 있으나 금감원의 은행 신탁업무 활성화 대책이 현실화되면 은행신탁의 운신폭과 경쟁력이 확대되어 증권투자신탁과 부동산투자신탁 분야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기존 투신업계 및 부동산투자신탁회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반면 신탁상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은행신탁이 활성화할 경우 상품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금감원이 보다 획기적인 개선책을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
◇은행 신탁 개선 배경=금감원이 은행신탁제도를 전면 개편키로 한 이유로는 크게 두가지가 꼽히고 있다.하나는 은행투신상품의 투명한 운용이다.그동안 일부 은행에서는 고객이 맡긴 신탁자산을 은행계정과 명확하게 구분해 운용하지 않는 사례가 종종 적발됐다.부실 은행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예컨대 일부은행에서 신탁자산의 부실이 과다하게 발생하자 은행계정 이익금 일부를 신탁계정 손실메우기에 전가하는가 하면 은행계정 유동성 부족사태 발생시 신탁계정 자금을 편법으로 일시 유용한 행위 등이 그것이다.
금감원이 오는 10월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계기로 대부분 은행의 신탁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해 신탁계정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키로 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두번째 이유로는 은행신탁을 계속 방치할 경우 기업들의 금융경색 현상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 꼽히고 있다.금감원 관계자는 “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은행신탁부문이 급속히 위축,수신고가 100조원이상 감소했다”며 “이결과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의 수요기반도 덩달아 줄어들어 기업자금 경색을 유발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기업자금난 해소를 위해서는 은행신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증권관련 투신사들에 대해서는 비과세상품 판매허용 등의 다각적인 혜택을 부여한 반면 은행신탁에는 별다른 수요진작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도 은행신탁업무 개선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은행신탁 개선 파장=금감원이 은행신탁제도 개편에 착수하자 기존 증권관련 투신사들과 부동산신탁회사 등 특정분야 상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투자신탁회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은행의 경우 증권관련 투신업무는 물론 부동산신탁 등 재산신탁업무를 동시에 취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은행신탁 상품의 경쟁력을 보강해줄 경우 기존 특정분야 전문 투자신탁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투신운용사 관계자는 “은행 신탁의 경우 만기구조가 대부분 1년이상으로 돼 있는데다 비과세상품 판매도 허용되지 않아 증권관련 투신사들이 별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은행신탁상품의 만기구조가 단기화 또는 다양화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부동산투자신탁 회사관계자들도 “ 공신력에서 앞서는 은행들이 재산신탁업무를 강화할 경우 기존 부동산 개발신탁업체들의 설땅이 크게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와관련,금감원 관계자는 “비은행 투자신탁업체들의 업무영역이 지나치게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은행신탁업무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신탁상품의 선택폭을 다양화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도 만만치 않은 만큼 은행신탁부문의 경쟁력을 보강하는데 제도개선의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신탁분리시 은행별 위상도 바뀔듯=금감원은 은행신탁제도 개편을 서두르기로 한 이면에는 10월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금융지주회사 출범이전에 은행신탁제도 개편을 마무리해야만 신탁계정의 자회사 분리작업도 용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금감원 관계자는 “신탁계정을 자회사로 분리시킬 경우 그동안 신탁계정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일부 은행의 위상이 크게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fncws@fnnews.com 최원석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