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 문제가 수개월간 진통을 거듭하면서 시중에 자금난 위기설이 가시고 않고 있다.그런 만큼 상당수 중견그룹들은 유동성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그러나 동부그룹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최근 신규 진출을 선언한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대한 준비 작업 등으로 오히려 사내 분위기는 활기를 띠고 있다.
매출액 기준 재계 14위에 랭크돼있는 동부그룹의 색깔은 무엇보다도 김준기 회장 특유의 안정경영.무리한 신규사업 진출과 투자보다는 내실을 선택했다.덕분에 동부는 IMF 경제위기속에서도 이례적으로 흑자기조를 이어왔다.
동부는 그러나 ‘안전궤도’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남보다 한 발 앞서 착수한 구조조정작업은 이미 매듭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동부의 판단이다.동부가 최근 21세기형 신규사업 진출과 미래사업에 대한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전한 재무구조=지난 69년 창업한 동부는 창업 10년만에 30대그룹,20년만에 20대 그룹에 진입하는 등 비교적 빠른 성장을 보여왔다.그러면서도 경영의 견실성과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사업확장 속도에 비해 부채비율이 300%를 밑도는 등 재무구조가 건전하기 때문.동부의 부채비율은 IMF경제위기 당시인 97년말에는 338.4%.98년의 경우 30대 그룹 대다수가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달리 흑자를 낸 것도 이같은 재무구조 덕분이었다.동부는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184%로 끌어내렸고 올 연말에는 156%까지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의적절한 구조조정 작업착수=동부는 IMF체제에 진입하기 전부터 ‘사업구조의 안전성’에 초점을 두고 구조조정작업과 경영합리화 노력을 전개해왔다. 동부는 ▲산업연관효과가 큰 계열사간 통폐합및 매각 ▲경영 효율성을 위한 한계사업 매각 ▲부동산 및 유가증권 매각 등의 원칙을 세우고 97년 초부터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동부는 지난 95년과 96년에 동부쁘레용화학,메니페디 의류사업에서 손을 뗀뒤 97년 들어 동부건설과 동부산업을,동부한농과 동부화학 등을 합병하는 등 계열사간 통폐합에 들어갔다.또 98년에는 동부한농화학의 석고보드사업을 팔아치웠고 99년에는 동부제강의 소경강관사업부를 철수시켰다. 동부 관계자는 “경영환경의 급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때를 놓치지 않고 구조조정에 나선 게 올들어 또다른 신규사업 진출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의 3대 주력사업=동부는 올 한 해를 제 2의 도약기로 보고 있다.제강,종합금융서비스,반도체사업 등 주력사업을 첨단화하고 고부가가치화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우선 동부는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에 뛰어들어 향후 디지털 경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또 주택구입 자금 등을 지원해 온 동부주택할부금융㈜을 동부캐피털로 바꾸며 신기술 금융사업에 본격 착수했다.또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에 준공한 최첨단 제강공장을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하며 동부제강의 아산만시대를 열었다.
이외에 벤처투자와 바이오사업 등 미래형 사업 준비도 한창이다.특히 바이오분야의 경우 동부한농화학을 앞세워 본격 진출할 방침이다.동부한농화학은 지난 6월 대덕연구단지 안에 바이오벤처 창업보육센터인 ‘동부신기술사업화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0여개의 바이오,환경분야의 유망벤처기업을 입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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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2000@fnnews.com 이규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