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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중견그룹 김준기 회장 경영철학]¨외형만 그럴듯한 사업 배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06 04:53

수정 2014.11.07 13:29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56)의 경영철학은 흔히 ‘실상(實像)경영론’으로 요약된다.기업경영을 하는데 외양과 허상을 배격하고 실상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동부그룹 특유의 경영원칙이다.다시 말하면 ‘불요불급한 사업,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외형만 그럴듯한 사업’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다는 얘기다.
동부그룹이 다소 보수적이면서도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심사숙고하면서 자기 속도를 지켜가는 사업방식’을 철저하게 지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같은 김회장의 경영관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유난히 올 한해는 동부의 ‘속도’가 유난히 빠르다는 인상이다.특히 올 2000년은 김회장에게 ‘의미있는 한 해’라는 게 동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지난 80년대 초반 시도했다가 한차례 접어야했던 반도체사업 진출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김회장은 지난 69년 고려대 경제과에 재학중이던 25세의 나이에 동부의 모체인 미륭건설(동부건설 전신)을 설립,중동지역에서 적잖은 오일달러를 벌어들였다.김회장은 이어 반도체분야에 눈을 돌리며 사업 진출을 준비했다.지난 83년 미국 몬산토사와 제휴,반도체 간접소재를 생산하는 ㈜코실을 세웠으나 여의치않아 89년 LG에 지분 51%를 넘겨야 했다.또 97년에는 IBM과 제휴,256메가D램 사업진출을 선언했으나 IMF를 맞이하며 또다시 꿈을 접고 물러서야 했다.
그러나 김회장은 창업초기 ‘중동에서의 고생’을 떠올리며 미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제휴선을 찾았고 마침내 지난달 초 일본 도시바와 손잡고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에 진출했다.20여년만에 꿈을 이룬 김회장의 반도체사업.실상경영의 김회장이 선택한 승부수가 어떤 궤적을 그려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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