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개각 이후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위상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변화의 골자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금감위는 지는 해,재경부는 뜨는 해’라는 것이다.
금감위는 98년 출범직후부터 국내 경제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과정과 맞물려 개혁의 첨병으로 그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다.그리고 금융·증권산업에 관한 한 확실한 권한을 행사했다. 은행·증권·보험 등 3개 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 등의 모든 감독기능을 관장하면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특히 재경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대부분 넘겨받으면서 이 분야에서는 명실상부한 파워 집단이 됐다.
여기다가 금융기관은 물론 기업 구조조정까지 도맡아 부실 기업들이나 금융기관에게는 저승사자로 비유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는 환란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이헌재 초대 위원장과 이용근 2대 위원장 등의 역할도 지대했다.출범초기 재경부 여의도출장소 정도로 평가절하하던 시장관계자들도 금감위의 역할과 기세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재경부는 달랐다. 환란주범으로 몰린 구 재경원의 업보 때문에 재경원 조직이 갈갈이 기획예산처,금감위 등으로 찢기면서 하락세를 걸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공적자금을 공급한 재경부는 금융관련 법령권을 손에 쥐고서도 항상 시장에 대한 자료부족을 호소하며 냉가슴을 앓아 왔다.
그러나 이번 개각을 계기로 상황은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은행파업을 겪은 이용근 위원장이 현대사태를 마무리짓지 않은 상황에서 취임 8개월만에 물러난 것 자체가 금감위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재경부 장관이 부총리로 격상되어 정부내 경제팀을 이끄는 좌장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 환란 주범이라는 재경원의 업보를 이제야 벗어던지고 나래를 펴는 꼴이다.
더욱이 공무원 사회에서의 연조로 볼 때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진념 장관에게는 일단 한수를 접히고 들어가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 현대와 같은 기업 구조조정에서 정부나 금감위가 일선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채권은행단을 앞세우겠다는 새 경제팀의 일성도 따지고 보면 금감위의 파워 약화와 재경부의 득세로 연결된다. 진장관이 취임 첫날 기자회견에서 금융지주회사법 운용 등을 언급한 것도 주목된다.
여기엔 부총리로서 금융이나 기업구조조정 작업에도 확실한 원격조정을 가능케 하겠다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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