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그늘집]1800만원짜리 굿샷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09 04:54

수정 2014.11.07 13:26


“저 놈들 왜 저렇게 플레이가 늦는 거야.”
티샷을 기다리다 지친 K씨가 내뱉은 말이다. 주말에 골프장을 찾는 낙으로 살아가는 K씨는 이날 따라 오버부킹이 됐는지 매홀 경기진행이 밀려 짜증을 냈다.
내기골프에서 지갑 속에 꼬깃꼬깃 넣어 두었던 비상금까지 털린 터라 짜증을 낼만도 했다.
K씨가 털린 돈을 찾아 오려면 마음을 비우고 냉점을 되찾아야 했다. 이를 K씨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제 남은 홀은 단 3홀. 이 3개홀에서 복구하지 못하면 끝장인 셈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니 플레이는 더 조급해 졌다.
17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서도 경기진행은 변한 게 없었다. K씨는 캐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앞팀을 혼내줘야 한다며 드라이버 티샷을 날렸다.

볼은 이날 라운드에서 최고로 잘 맞은 ‘굿샷’ 즉 ‘오잘공’이었다. 동반자와 캐디들이 ‘굿샷’을 외치는 사이 K씨가 친 볼은 세컨샷 지점을 막 벗어난 앞팀 플레이어의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 K씨와 동반자 캐디 등 모두는 모자를 벗어 미안하다는 뜻으로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다행히 아무 사고는 없었다. 그런데 앞팀이 가지 않고 서 있는 게 삼상찮았다.

K씨가 다가서자 앞팀의 한 사람이 다가와 “엄청 장타시네요. 무슨 드라이버를 사용하십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K씨는 “예 혼마 투스탑니다”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어디 한번 보자며 혼마 2스타 드라이버를 받아 들었다. 바로 이 순간,이 사람은 드라이버를 그 자리에서 부러뜨렸다.
그리고 나서 내일 변상해 주겠다며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뒤 플레이를 계속했다.

K씨는 황당했으나 변상까지 해준다는 말에 참고 말았다. 문제는 다음날 발생했다.

검은 양복에 짧은 머리의 건장한 청년 3명이 K씨의 사무실을 찾아 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책상에 회칼을 꽂으며 1800만원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전날 당신의 장타 때문에 우리 ‘형님’이 놀라 미스샷을 하는 바람에 내기골프에서 1880만원을 잃었다는 것. 그러니 80만원은 드라이버값으로 제하고 1800만원을 당장 내놓으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수 없이 주고 말았다.

이는 지난해 K씨가 ‘조폭 골퍼’에게 당한 실화다. K씨는 장타 한번 잘못 날리는 바람에 꼭 ‘재수없는 년 가지밭이 아닌 자갈밭에 넘어진 꼴’이 되고 말았다 .

그래서 장타라고 ‘폼’잡고 함부로 드라이버를 휘둘렀다간 큰 코 다친다.

/ jdgolf@fnnews.com 이종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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