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신용경색 98년과 다르다˝…전철환 한은총재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09 04:54

수정 2014.11.07 13:25


최근 빚어진 신용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직후인 지난 98년때의 신용위기와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적인 처방도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전경련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하반기 경제여건과 통화신용정책 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전총재는 98년에는 두자릿수의 고금리를 낮추고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무차별 살포하는 방식으로 신용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저금리상황인데다 문제의 기업도 일부 대기업이어서 같은 처방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총재는 따라서 이번에는 문제를 일으킨 대기업 등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고,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금리뿐 아니라 경기상황도 틀리다는 점을 지적했다.98년은 경기가 극도의 침체기였던 반면 지금은 경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재정 역시 지속적인 적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더 늘릴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한은의 자금지원이 어려워진 점도 큰 차이. 98년에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과 연계돼 있는 한은의 총액대출한도를 3조6000억원에서 7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리고 총액대출금리를 5%에서 3%로 인하하는 것만으로도 기업과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때는 은행대출시장의 위축이 자금경색으로 이어졌기 때문. 하지만 최근 자금경색은 대기업이 자기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시장의 위축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총재의 분석이다.


전총재는 따라서 지금은 대기업들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구조조정을 강화하고,회생이 어려운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한편 미흡한 금융구조조정도 마무리해 시장에 팽배해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donkey9@fnnews.com 정민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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