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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경색 98년과 다르다˝…전철환 한은총재


최근 빚어진 신용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직후인 지난 98년때의 신용위기와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정책적인 처방도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전경련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하반기 경제여건과 통화신용정책 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전총재는 98년에는 두자릿수의 고금리를 낮추고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무차별 살포하는 방식으로 신용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저금리상황인데다 문제의 기업도 일부 대기업이어서 같은 처방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총재는 따라서 이번에는 문제를 일으킨 대기업 등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고,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금리뿐 아니라 경기상황도 틀리다는 점을 지적했다.98년은 경기가 극도의 침체기였던 반면 지금은 경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재정 역시 지속적인 적자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더 늘릴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한은의 자금지원이 어려워진 점도 큰 차이. 98년에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과 연계돼 있는 한은의 총액대출한도를 3조6000억원에서 7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리고 총액대출금리를 5%에서 3%로 인하하는 것만으로도 기업과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이때는 은행대출시장의 위축이 자금경색으로 이어졌기 때문. 하지만 최근 자금경색은 대기업이 자기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시장의 위축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총재의 분석이다.

전총재는 따라서 지금은 대기업들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구조조정을 강화하고,회생이 어려운 부실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한편 미흡한 금융구조조정도 마무리해 시장에 팽배해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donkey9@fnnews.com 정민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