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는 이혼이 잦기로 정평 있는 나라다. 지난 90년 38%에 그치던 이혼율이 98년 56%로 올라섰다. 두 쌍에 한 쌍 꼴로 갈라서는 셈이다.
아무리 이혼이 흔해도 살을 섞은 부부가 한순간에 헤어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람을 겨냥한 이혼 실무잡지 ‘이혼’이 헝가리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주간지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전했다.
잡지 발행인 페렌츠 스졸로시는 헝가리에서 해마다 8만 쌍이 이혼 또는 사별의 아픔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헝가리에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넘치고 있다. 소득이 오르자 악명 높은 자살률은 떨어졌다. 그러나 이혼율은 소득과 정비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혼 전문가인 피터 코박스는 “축구와 마찬가지로 헝가리인들은 저마다 이혼 전문가”라고 평한다.
잡지 ‘이혼’엔 심리학자·성(性)치료사·점성술사 등이 쓰는 다양한 칼럼이 실린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줄줄이 인터뷰도 한다. 이 중엔 유명 코미디언이나 퇴직한 헝가리 비밀경찰 총수,전직 총리까지 등장한다.
잡지 입장에서 볼 때 이혼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혼자가 곧 유망 독자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걱정은 있다. 결혼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2∼98년 사이 결혼이 연 1만건 가량 줄었다. 최악의 사태는 결혼이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고 동거가 일상화하는 일이다. 하긴 그때는 잡지 제목을 ‘동거’로 바꾸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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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k@fnnews.com 곽인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