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과 북한당국이 개성을 경제특구로 지정, 서해안 공단부지로 개발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는 정상회담이후 남북경협이 급류를 타고 진척된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더구나 서울에서 판문점을 거쳐 개성까지 육로를 이용하여 관광할 수 있게 된 사실이 지니는 의미는 크다. 그것은 단순히 선죽교와 박연폭포를 관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차원을 넘어 북한의 개혁 개방을 앞당기고 실질적협력을 이룩함으로써 민족 동질성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성 공단부지 개발이 가져올 파급효과 또한 엄청나리라 짐작된다. 여의도 면적의 25배에 이르는 2000만평의 공단부지에 850개 업체가 입주, 22만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현대측의 추산이다. 이같은 경제적 효과이외에 휴전선에서 불과 8 ㎞ 떨어진 개성으로 물자와 사람의 왕래가 잦아짐으로 군사적 긴장의 완화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는 이와함께 금강산 경제특구 지정의 합의에 따라 이 지역의 관광확대와 개발계획도 확정, 대북사업의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안 공단개발과 관광허용이 가지는 엄청난 효과와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의 이 의욕적인 사업계획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충분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심경이다. 의구심의 첫째는 그 엄청난 소요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서 비롯된다. 현대는 이사업계획발표에서 소요자금이 얼마이며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미 현대는 금강산관광 사업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왔고 대북사업이 오늘날 유동성위기를 가져온 한 원인일 것이다. 현대는 외자도입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룹의 대외신인도가 이를 뒷받침해 줄지도 의문이다.
남한의 한 민간기업과 북한당국자의 합의가 얼마만큼의 법적·제도적 구속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공단개발에는 전력·용수·도로·통신 등 수많은 인프라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그런 거대한 프로젝트에 우리 정부당국은 얼마만큼 간여하고 있고 지원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상호의존관계가 정부와 현대와의 유착을 불러오는 요인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한 대목이다.
공단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사이에 그에 걸맞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중과세 방지협정이나 투자보장·과실송금·재산권보호 등의 장치마련이 그것이다. 그런 여건조성 없이 북한에 선득 투자할 기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대의 뜻깊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기를 바라면서도 현대나 정부측으로서는 이와같은 의구심에 답할 수 있어야 할 줄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