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CEO투데이-성미전자 유완영 사장]¨중국 시장서 제2도약 채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13 04:55

수정 2014.11.07 13:22


‘시장은 정직하다’ 종업원 500명 규모의 성미전자(통신장비 전문 제조업체)가 주식시장에서 꾸준히 상종가를 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2002년 5월로 예정된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상용화를 앞두고 비동기식 기지국 시스템 쪽에선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 계열사인 이회사의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1760억원.전년 동기 대비 310.6% 증가했다.연말까지 3707억원(전년 대비 138.7% 증가)의 매출목표를 잡고 있다.2002년에는 비동기식 시스템만 갖고도 500만∼1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승승장구를 구가한다고 볼 수 있다.그 선봉에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장밋빛 깃발’을 흔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성미전자 유완영 사장(56).99년초 LG정보통신 전무에서 ‘구원투수’로 스카우트된 전문 경영인이다.97년 85억원에 달한 매출액이 IMF사태가 터지고 98년 14억원으로 곤두박질쳤으니 당시 위기상황을 잘 말해준다.하지만 ‘성미’의 선택은 옳았다.유사장이 취임하고 나서 첫 해인 99년 매출이 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760% 이상 치솟았다.
장맛비가 시원하게 쏟아붓는 지난 9일 오후 안양시 박달동에 위치한 성미전자를 찾아 유사장을 만났다.유사장은 통신부문에선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미국 벨통신연구소에서 2년가량 근무하다 지난 79년 6월 귀국,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서 TDX 전자교환기 개발사업(81∼85년)을 성공시킨 바 있다.
유사장은 프로 엔지니어 답게 첫 눈에 빈틈이 없어 보이는 인상이었다.그에게서 성미전자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전문경영인으로서의 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지난 5월 비동기식 IMT-2000 기지국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는데.

▲삼성,LG,현대 등 재벌 통신업체들이 미국 퀄컴사가 개발한 코드다중분할방식(CDMA)에 연연해하고 있을때 성미전자는 97년 일찌감치 전 세계 통신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유럽표준방식(GSM)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3세대 통신기술인 IMT-2000에 있어 동기식이 CDMA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비동기식은 GSM 기술의 진화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통신시장을 제대로 읽고 내다본 것이 주효했다.다른 통신업체들은 이제서야 비동기식의 이점을 깨닫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비동기식 기지국 시스템 쪽에선 국내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비동기식 시스템의 나머지 분야인 교환기를 비롯한 핵심망 기술만 갖춰지면 완벽하다.이 부분은 핵심망 기술을 갖고 있는 유럽의 모 기업과 현재 제휴가 추진중이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 합작법인을 설립,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는데.

▲현지 통신장비 판매 업체인 ‘부리마상무유한공사’와 80대20의 비율로 합작,‘상해성미전자통신유한공사’를 설립했다.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완제품에 가까운 GSM 중계기를 갖고가 현지에서 판매만 하고 있다.공장설비를 갖추는 중이어서 앞으로는 생산인력과 기술자를 현지 고용해 생산까지 할 계획이다.현지 반응이 기대이상으로 좋아 하반기에만 200대 이상, 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베이징 지사에 이어 조만간 광저우와 선전에도 지사를 설립,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기술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많은데.

▲지난해 벤처열풍이 분 이후 성미전자도 기술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 회사가 지금정도의 기술력을 갖추게 된 것은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 꾸준히 기술개발을 해온 덕분이다.98년 IMF위기때 총 매출액이 전년 대비 40%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도 연구개발비는 30% 가량 늘릴 정도였다.올해의 경우 연구개발비로 21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전체 직원 500명 가운데 200명이 연구기술 인력이니까 1인당 1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되는 셈이다.연말까지 250명까지 기술인력을 늘릴 계획이다.그런데 소규모 벤처업체로 기술인력이 분산되다보니 중견업체들이 고급기술자를 확보하지 못해 고난도 통신장비 기술 개발에 차질을 겪고 있다.향후 해외 메이저업체와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역량의 대부분을 인력확보에 쏟아야 하는 실정이다.

―향후 기술개발 계획은.

▲당분간은 비동기식 기지국 장비의 기술향상에 주력할 계획이다.망장비 시장을 통채로 외국업체에 내주지 않으려면 중요한 핵심 아이템만이라도 국산화해서 방어해야 한다.비동기식 IMT-2000 장비 시장의 경우 기지국 장비가 60%를 점유하고 나머지 40%는 핵심망이 차지한다.핵심망은 유럽 선진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납품을 받고 대신 기지국 장비 쪽에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이것만 갖고도 2003년에는 매출이 1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평소 경영철학이 있다면.

▲사람 위주의 경영을 펼치는 것이다.주주에게 최대의 이익을 주고 종업원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유사장은 인터뷰 내내 기술인력 확보의 중요성과 함께 그에 따른 고충을 털어놓았다.그가 최근 읽은 책 가운데 한권이 ‘인재들이 떠나는 회사, 인재들이 모이는 회사’인 것만 보아도 유사장의 깊은 고민을 알 수 있다)

/ bidangil@fnnews.com 황복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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