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현대,채권단,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지난 12일부터 마라톤 협상 끝에 핵심 쟁점이었던 자동차 계열분리안과 자구계획안 등을 일괄 타결하는데 합의,현대사태는 수습단계로 접어들었다. 합의내용에 대해 새로운 것이 없지 않느냐는 분석도 있지만 합의자체만으로도 현대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자구계획은 조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계열분리안=현대사태의 핵심 문제인 자동차 계열분리안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9.1% 가운데 6.1%를 매각,현대건설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는 등 현대건설 유동성을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매듭지어졌다. 결국 채권단 요구사항을 십분 반영하면서 공정거래법도 충족시키는 해법을 찾은 셈이다.
그러나 “정전명예회장의 ‘명예’ 만큼은 살리는 형식을 취하겠다는 것”이 현대측의 입장이어서 매각 형태와 다른 별도의 새로운 대안이 제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좀처럼 타결이 어려울 것 같던 중공업 계열분리도 확실하게 계열분리의 길을 가게 됐다. 현대는 늦어도 2001년 상반기까지 계열분리를 매듭짓기로 하고 걸림돌이 되는 지분 문제 1조원 규모의 중공업 지급보증을 조속히 정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자구계획안=현대가 내놓은 현대건설 자구계획안의 핵심은 이행 실현성을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5조6000억원 규모의 총부채를 4조1000억원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1조5000억원의 유동성 확보계획을 구체화하는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현대측은 지난 5월31일 발표한 유동성 확보계획 중 서산농장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과 인천철구 공장신축 부지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5034억원 규모의 부동산 매각 계획을 철회하고 매각 가능성이 높은 해외부동산 등을 포함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내용으로 대체했다.
새로 대체한 유동성 확보 내용은 ▲건설보유 상선 2400만주 매각(1230억원) ▲중공업 530만주 교환사채(EB) 발행(주당4만원) ▲ 방글라데시 시멘트공장,중국 다롄 오피스텔 등 국내외부동산 매각(834억원) ▲국내외 공사관련 선지급금 및 대여금,채권 조기회수(2149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논란이 예상됐던 대목은 상선지분의 정리문제였다. 채권단은 정몽헌 의장과 그룹 계열사간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상선지분을 매각할 것을 요구했으나 그동안 현대로서는 난색을 표해왔다. 현대건설이 상선지분을 포기할 경우 중공업,전자,증권,엘리베이터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근간이 흔들려 그룹이 사실상 해체된다는 것이 현대측의 입장이었다. 현대측은 채권단의 상선지분 정리 요구를 받아들이되 지배력은 유지하는 선에서 교환사채라는 대안을 제시했고 채권단도 유동성 확보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 일각에서는 2200억원의 EB를 발행,시장에 내놓았을 때 주식시장 장세와 채권시장 상황에 따라 수급여부가 결정되는 문제가 있고 이 물량을 현대 계열사들이 사들일 경우 지배구조개선이나 계열분리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방글라데시 공장매각 등은 빠른시일 내에 매각이 가능한지 의문이며 이라크 건설공사 미수금 회수 또한 이라크측으로부터 구체적인 대금지급을 보장받았는지 등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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