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년만의 여행수지 적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15 04:56

수정 2014.11.07 13:19


여행수지가 97년10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는 심상히 넘길 일이 아니다. 단기외채의 증가와 무역 흑자의 감소 속에서 여행수지까지 2억2000만달러의 적자로 반전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7월 한달에만 59만명 가까이나 출국하는 등 올 들어 해외여행이 급증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IMF사태로 위축되었던 사회분위기가 개선되었다는 점과 조기해외유학 그리고 단기적인 어학연수 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전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건전한 해외여행이라면 나가서 쓰는 돈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며 그것은 이 사회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비즈니스 맨들의 급한 출장이 지장을 받을 정도로 항공권이 동이 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도가 지나치다. 더욱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일부계층,특히 졸부의 무분별한 사치행각이다. 관세만 850달러나 되는 고급양주와 유명 브랜드 화장품의 대량반입으로 대표되는 호화사치 쇼핑,그리고 20∼30대의 골프여행 등은 어떤 형태로든 뿌리를 뽑아야 한다. 특히 이들의 대부분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은 음성적인 고소득자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호화사치 해외여행 방지나 여행수지 개선 차원이 아니라 사회정의 구현 차원에서 발본되어야 할 것이며 그 1차적인 책무는 세무당국에 있다고 보아 마땅하다. 정상적인 납세자에게 음성탈루소득자는 언젠가 치명적인 불이익을 당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여행수지 개선책을 출국자의 씀씀이 줄이기에서 찾는 소극적인 자세도 문제가 된다.
올들어 해외여행을 한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쓴 돈은 평균 1120달러인데 반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돈은 1124달러라는 사실은 일부계층의 호화사치 풍조를 제외한다면 평균적으로 그렇게 많이 쓴 것은 아니라고도 볼 수 있다. 때문에 출국자에게 절약을 요구하기보다는 입국자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해외관광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한 지금,흑자기조를 조성할 수 있는 길은 음성탈루소득자의 발본과 관광진흥책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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