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반기 경영실적의 허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18 04:56

수정 2014.11.07 13:17


12월 결산 거래소 상장기업의 올 상반기 순이익이 11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상반기 경영실적이 호전된 이유는 반도체, 정보통신 업종의 호황과 소비심리의 회복, 그리고 저금리 기조의 유지로 금융비용 부담률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 경영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으면서도 어두운 곳이 많다는데 그 문제점이 있다. 우선 기업간의 수익불균형이 심화됐다.삼성전자, 포항제철, 한국전력, 한국통신 등 4대 기업의 상반기 순이익이 6조2000억원으로 전체 대상 기업 순이익의 55%를 차지하고 있다.이 점을 고려하면 일반기업의 경영실적이 크게 좋아졌다고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대기업 그룹의 실적을 보아도 그룹간 편차가 심하다.삼성그룹이 순이익 3조8908억원으로 지난 상반기에 비해 132% 증가했지만 현대와 LG그룹은 실적이 오히려 떨어졌다.대기업 그룹의 경우 삼성 이외에 SK와 롯데를 제외하면 수익이 좋아진 그룹이 없으며 한진과 쌍용은 적자로 반전됐다.

기업간 수익불균형의 심화는 코스닥 등록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코스닥 등록기업의 올 상반기 순이익이 745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1% 급증했으나 국민카드사와 무한기술투자 등 9개 창업투자사가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전체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더욱이 벤처기업의 경우 영업이익보다 경상이익이 많은 것으로 조사돼 유가증권처분익 등 영업외적인 부문이 수익의 큰 몫을 하고 있다.특히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대표적 닷컴기업들이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전환돼 수익모델이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종간 이익편차의 심화도 문제다.반도체, 자동차, 통신, 음식료, 제지는 수익이 크게 개선됐으나 섬유, 의복, 시멘트, 기계, 조선, 건설, 운송부문은 오히려 악화됐다.

기업의 안전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실질상 개선되지 못했다.4대기업의 부채비율은 감소했으나 그 외의 상장기업들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더구나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부채비율 353%는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보다 크게 높아 기업의 안전성과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올 상반기 수익이 개선됐다지만 경쟁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기업의 재무구조는 더 크게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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