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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지구촌 골프라운드] 8년전 연습장 데뷔…충격의 7번 아이언


8년 전의 일이다.

골프라는 걸 한답시고 껍죽대는 친구들 눈꼴이 시려 면전에서 독설을 퍼붓기 부지기수라 골퍼친구들이 내 앞에서는 골프의 ‘골’자도 꺼내지 않던 시절, 용감한(?) 친구 하나가 멍멍탕 먹으러 가자고 나를 유인, 내 작업실에서 가까운 북악스카이웨이 골프연습장으로 나를 데려간 것이다.

인상 좋고 예절바른 프로 한사람을 인사시켜주며 “박 프로, 이 사람 멱살을 잡아서라도 끌고 와 한 달 내로 필드에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친구는 지갑을 꺼내더니 한달 레슨비를 지불하고 골프화와 장갑까지 사주는 것이다.

멍멍탕 집에 가서 소주잔이 빌 때마다 내 입에서는 소주보다 더 독한 골프 비난론이 쏟아져 나오고 인내심 많은 친구는 골프 예찬론을 펴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 내 작업실로 박 프로의 전화가 왔지만 내가 흔들릴 턱이 있나.

반년쯤 지난 어느 날, 또 그 친구한테 잡혀서 그 골프연습장으로 갔고 그는 또 박 프로에게 한달 레슨비를 지불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다 큰 어른들이 죽 늘어서서 50g도 안 되는 작은 공을 쳐대는 걸 보고 ‘골프가 도대체 뭐길래?’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친구의 정성과 박 프로의 간청에 마지못해 사흘 나가다가 또 손을 들어버렸다.

몇달 후 필리핀 관광청 초청으로 C일보 J기자와 둘이서 필리핀 일원을 돌게 되었다.

문제는 민다나오섬. 여행일정에 골프라운드가 포함된 것이다.

두 사람을 가이드하는 관광청에서 나온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골프를 못한다고 폼을 구길 용기가 나지 않아 J기자는 너무 피곤하다고 나는 목디스크라고 꾀병을 내어 델몬데 농장만 보고 나서 델몬데 골프클럽에서는 일정에 잡힌 라운드 시간동안 클럽하우스에서 필리핀 맥주 산 미구엘만 퍼 마셔댔다.

“조선생님, 돌아가면 골프 배웁시다.”

J기자도 쓴 입맛을 다셨다.

귀국해서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예식장에서 또 그 친구에게 잡혔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박 프로는 레슨비를 안 받겠다고 우기며 친구와 옥신각신하고 나는 곤혹스럽게 한숨만 쉬었다.

이튿날부터 7번 아이언을 잡고 하릴없는 장난(?)을 하기 시작했다.

보름쯤 지난 어느 날, 7번 아이언으로 힘껏 쳤는데도 앞 타석의 가냘픈 아가씨가 친 공보다 턱도 없이 짧게 나가는 게 아닌가.

클럽을 놓고 그 아가씨 골프 백 속의 클럽을 슬쩍 살펴본즉 7번 아이언이 빠진 걸로 봐 그 아가씨도 7번으로 치는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더 힘껏 쳐봤지만 그 아가씨 거리에 엄청 못 미치는 것이다.

가히 내게는 충격이었다.

‘골프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먹구름처럼 나를 덮쳤다.

소주잔을 앞에 놓고 망연자실한 나를 보고 박정식 프로는 “그게 골프라는 겁니다”라며 빙긋이 웃고 새벗 회장이자 뉴코리아CC 클럽 챔피언을 했던 내 친구는 “가냘픈 아가씨 스윙을 진작 봤어야 내 주머니 축도 덜 나고 너는 델몬데GC에서 처량한 신세가 되지 않았을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