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대 자금수요기인 추석을 앞두고 기업마다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올 추석에는 경기회복에 따라 기업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 현금수요만도 사상 최대규모인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일찌감치 자금확보에 나섰지만 회사채 등 직접 금융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는데다 은행들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에 급급해 대출을 꺼리고 있어 자금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및 외자유치 등으로 자금난에 그나마 숨통이 트이고 있으나 자금확보여력이 부족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직원들의 추석 상여금 조차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각 기업들의 추석 자금난 대책을 점검해본다.
○…쌍용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올 초부터 부동산 매각과 비수익사업 청산 등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펼쳐왔다. 특히 채권단과 올 연말까지 이행하기로 한 2조원의 재무약정계획에서 1조4000억원을 남겨놓은 상태지만 쌍용정보통신 지분 해외매각과 쌍용양회의 외자유치 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재무이행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두산은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유동성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해 8월초 채권담보부증권(CBO)1000억원과 사모사채 700억원을 발행,총 1700억원의 신규자금을 미리 확보했다. 두산은 신규조성자금의 대부분을 8∼9월 중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방침이다.
○…동부그룹은 동부제강,동부화재 등 계열사들이 연봉제를 도입한데다 계열사 전체가 올 상반기 흑자를 내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는 편. 2002년까지 1조원가량 소요될 비메모리반도체 사업 역시 투자자 유치를 추진중인 만큼 자금사정이 악화될 요인이 없다고 회사측은 주장.
○…효성은 7,8월에 회사채발행으로 1500억원,외자유치로 1억달러를 조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CP시장의 냉각에도 불구하고 효성 회사채를 사겠다는 수요는 꾸준한 편”이라며 “자금확보를 미리 끝낸데다 추석에 소요될 자금은 현장근로자 상여금 뿐이고 어음결제도 말일과 월 초에 집중돼 있어 걱정이 덜하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연봉제를 도입,특별히 추석자금이 필요하지 않아 한숨을 돌리는 상황. 게다가 지난달 미국의 엘파소로부터 1억달러가 들어온 만큼 자금사정이 양호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한화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막바지인데다 각종 매각자금이 유입돼 유동성이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워크아웃기업인 오리온전기는 직원 상여금과 거래협력업체들이 추석전에 미리 요구하는 대금결제분 등 추석 필요자금으로 230억원가량을 잡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이다 보니 대출은 엄두도 못내고 외상매출채권 등을 추석전에 빨리 회수하도록 영업팀을 재촉하는 형편.
○…남동산업단지의 통신기기업체인 ㈜K통신산업은 근로자 150명의 추석 상여금과 하청업체의 납품대금 결제를 위한 20억원의 자금조달을 위해 노심초사.
이 회사의 경리부장은 “현금은 부족한데 지출해야 할 결제대금이 한꺼번에 몰려 추석을 한달정도 앞둔 지난주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마다 겪는 고충이지만 올해는 모기업인 대기업에서 납품대금으로 현금 대신 3개월짜리 장기어음을 결제하면서 더욱 힘들다”고 자금난을 토로.
○…추석을 앞두고 정책자금 확보를 위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와 중소기업진흥공단에는 자금지원 신청 및 문의가 하루 평균 100건을 넘고 있다. 진흥공단 관계자는 “기업 운전자금과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하려는 중소기업인들이 가장 많다”며 “전통적으로 명절때가 되면 외상 납품대금을 모두 결제하는 것이 관행으로 남아있어 자금신청자가 평소보다 3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
/경제산업부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