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명절 한가위를 앞뒀지만 은행권은 썰렁한 분위기다.
제2차 금융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은행마다 10% 안팎의 인원 감축이 예상되는 데다 과거 50∼250%까지 지급됐던 특별상여금은 꿈도 못꾸고 정기상여금까지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특별보너스를 지급하는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상품권이나 선물·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주는 것도 전무한 상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이나 체력단련비에 만족해야 할 분위기다.
서울은행과 평화은행이 가장 우울하다. 서울은행은 예정대로라면 1일 정기상여금 150%(본봉기준)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9∼10월 명예퇴직 예정자들의 퇴직금을 공동 분담한다는 뜻에서 상여금을 전액 반납해야 한다.
평화은행도 금융감독원과 체결한 경영개선계획(MOU)에 따라 1일 지급키로 한 150%의 정기상여금과 100%의 체력단련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나마 한빛-조흥-국민-신한-한미은행 등은 정기상여금 150%,체력단련비 명목 보너스 100%를 본봉기준으로 1일과 추석을 전후로 지급할 예정이라 조금 나은 형편이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정기상여금(150%)?^체력단련비(100%)의 지급이 9월21일 급여일로 정해져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는 다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연봉제를 실시하는 하나은행은 조금 복잡하게 추석상여금이 지급된다. 연봉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14로 나눈 돈이 추석전에 지급되기 때문이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상여금의 개념이 아닌 연봉을 쪼개서 명절 때 받는 것.
주택은행은 8월에 정기상여금 200%를 지급한 상태라 추석 전후로 더 주는 돈은 없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실적이 좋아 내년 2월로 예정된 성과급만 기다릴 뿐이다.
한편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7월 은행권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200%의 상여금 지급을 약속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추석 직전 보너스를 은밀하게 지급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이나 체력단련비가 나와도 본봉 기준”이라며 “본봉보다 수당이 더 많은 은행권 급여체계 때문에 상여금 봉투는 얄팍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 donkey9@fnnews.com 정민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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