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국내은행 역차별 아니냐˝…경영개선계획 제출 은행들 불만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8.31 05:00

수정 2014.11.07 13:05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토록 지시받은 시중은행들의 불만이 높다.

경영개선계획서 제출이 확정된 외환은행과 조흥은행의 직원들은 나름대로 은행 정상화에 최선을 다해 객관적인 수치가 정부 기준을 웃돌고 있음에도 정부가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외환은행의 한 직원은 “기껏해야 3000억∼4000억원 정도의 공적자금만 받은 외환은행이 3조∼4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받은 은행들과 똑같이 경영개선계획서를 내야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며 “자칫 고객들에게 불안한 은행으로 비쳐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왕 다른 은행들과 똑같이 취급받을 바에는 공적자금이라도 충분히 받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얘기다.

이 직원은 또 “서울은행과 제일은행도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면서도 외국금융기관이 맡고 있다는 이유로 제외시키고 다른 은행들만 공적자금이라는 족쇄로 일방적으로 몰아치고 있다”며 “이는 국내은행들에 대한 역차별 아니냐”고 따졌다.


조흥은행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 조흥은행의 한 직원은 “국민 혈세만 받아먹는 부실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8%이상으로 높여놨더니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한다”며 “BIS비율 8%이상은 정부가 제시한 우량-부실은행 판단의 기준치 아니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행장과 직원들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최근 은행 정상화의 기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는 인정치 않고 계속 다그치기만 한다는 것.

이들 은행들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경영개선계획서 제출이 자칫 부실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고착시켜 고객들이 예금을 빼내가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안그래도 내년 예금자 보호 한도 축소를 앞두고 금융기관 이동자금이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등 불안한 판국에 이번 경영개선계획서 제출로 은행들 이미지가 더욱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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