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한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1 05:00

수정 2014.11.07 13:04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휘발유값이 사상최고인ℓ당 1329원으로, 지하철은 1구간 600원으로 오르는 등 물가가 몹시 불안하다.그 동안 경제회복에 크게 기여해온 저물가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가 전달에 비해 0.8%상승해 올 들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가 이렇게 급등한 것은 국제원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의보수가 인상 등 공공요금까지 올랐기 때문이다.그 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는 6월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최근 석달 사이에 1.6%나 상승했다.

앞으로의 물가는 더욱 불안하다.국제원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국제 원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와 원유재고량에 대한 불안이 겹쳐 배럴당 30달러선을 넘는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40달러까지 오르지 않나 하는 염려가 일고 있다.

여기에다 의보수가도 지난 1일부터 6.1% 또 올랐다.태풍피해로 인한 농산물 가격 추가인상과 추석 전후로 농축수산물 가격인상 등 물가상승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라 더욱 불안하다.9월 이후 전기료 등 공공요금의 추가인상도 예정돼 있다.

이와 같이 물가가 크게 불안하지만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특히 국제원유가격 상승세는 제3차 석유파동을 불러오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음에도 정부는 곧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지금과 같은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 구조조정을 끝마치지 못한 우리경제는 연착륙도 어렵게 될 수 있고,당장 내년부터 경기가 급속 냉각되면서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질 염려도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불안에 물가불안까지 겹쳐 우리경제가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따라서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과 물가불안에 따라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정책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물가의 급격한 상승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까지 불가능하게 만들고 우리경제의 성장기반도 뿌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선제적 통화긴축을 시행하는 등 거시경제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도 신중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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