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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초대석-허승]˝소비자 만족은 기업의 의무˝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9.03 05:01

수정 2014.11.07 13:04


“소비자보호문제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베푸는 개념으로 인식돼 왔으나 이제는 그런 시각을 뛰어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소비자보호는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입니다.앞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존중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지난달 31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허승 한국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 원장(64)은 “소비자문제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소비자문제는 ‘기업의 의무’라는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허 원장은 “대도시 위주의 소비자 정책도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지방 중소도시 소비자와 노인·농어민·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소비자보호시책이 앞으로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7년간 외교전문가로 외무부 차관보를 거쳐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 국제경제통상담당 대사 등을 역임하며 국제무대를 누비다 지난 98년 8월 소보원으로 자리를 옮긴 허승 원장은 지금까지 제조물책임법 추진과 소보원의 전문성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 정책을 추진하는 핵심기관인 한국소비자보호원 허원장을 FN초대석에서 만났다.

―취임당시 단순한 소비자피해 구제차원을 넘어 소비자보호에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동안 성과는 무엇입니까.

▲소비자문제 해결은 사후보다 사전 피해예방이 훨씬 효과적입니다.그래서 허위· 과장 표시광고를 개선했고 불공정 약관도 고쳤습니다.
또한 방문및 통신 판매·할부거래 등 특수거래 방식에 의한 소비자 피해예방에도 중점을 두었지요.그리고 지난 2년동안 리콜제 활성화를 위해 결함상품에 대한 무과실 책임을 묻는 제조물책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도 해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습니다.이어 피해구제 사각지대에 있던 금융·보험·법률·의료 등 전문서비스분야에서 3000건에 달하는 소비자 피해를 처리했습니다.

―최근 소보원에서는 사이버센터와 리콜제도운영팀,그리고 유전자분석팀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앞으로 이들 조직을 어떻게 활용할 방침입니까.

▲사이버센터는 최근 속출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활용할 것입니다. 리콜제 운영팀은 사업자의 자발적 리콜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보수집에 주력하게 됩니다.유전자분석팀은 모든 식품을 대상으로 유전자조작 식품표시제도를 확대하기 위해 장비 및 인력을 보강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장기적으로는 유전자분석센터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소보원 민원처리가 너무 백화점식으로 잡다해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업무를 정책개발 중심으로 해야되지 않느냐는 일부 의견도 있습니다만.

▲물론 정책제언에서부터 세탁물 피해처리까지 소보원이 맡고 있습니다.각종 상담과 정책연구·시험검사 등 역할이 너무 다채로워요.소보원이 언제까지 소비자들의 사소한 상담까지 다 처리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들긴 하지만 당장 민원처리를 외면할 수만도 없는 처지입니다.상담부분은 민간단체로 넘기는 것이 전체적으로 맞는 방향이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정리되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민간소비자단체에선 소비자보호청을 신설하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이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소비자보호청을 신설하자는 의견은 소비자보호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왔다고 봅니다.하지만 소보원과 같은 정부 출연 기관이 설립된 것은 행정기구가 피해구제와 같은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입니다.여기서 가장 핵심인 것은 소비자정책의 조직형태라기보다 소비자보호에 대한 정부의 예산과 정책지원의 강도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소보원은 소비자 민원을 60% 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알고 있습니다.외국의 경우 지자체를 통해 이러한 상담을 해결하고 있는데 민원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방안은 없는지요.

▲소보원에 약 35만건의 소비자상담이 접수되고 있으나 인력과 예산의 제약으로 전부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해결을 위해서는 기업내 소비자피해구제기구의 소비자불만 처리를 적극 유도해 상당부분 해소하고, 인터넷을 통한 상담을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동시에 지자체의 소비자상담 기능 활성화를 지원키 위해 정부 당국과 협의중에 있습니다.

―2002년 7월 제조물책임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준비가 미흡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제조물책임법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준비상황은 어떠한지요.

▲지난해 통과된 제조물책임법시행을 2년이상 유예기간을 둔 것은 제조업자로 하여금 법 시행 이전에 준비기간을 주기 위한 겁니다.제조물책임제도는 결함상품에 대해 제조자가 무과실책임을 지는 등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엄격한 제도이기 때문에 제조업체의 소송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험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봅니다.대기업들은 이를 나름대로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중소기업이 다소 준비가 안돼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주력하거나 보완할 분야는.

▲지금까지 대도시 소비자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정보나 교섭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중소도시 소비자·노인·농어민·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소비자보호시책을 강구할 계획입니다.그리고 디지털 경제 시대를 맞아 소비자문제는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만큼 세계 10대 무역대국으로서 소비자문제에 대한 국가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허승 한국소비자보호원 원장
/ jins@fnnews.com 최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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